지난 이레끝(주말)에는 태풍 ‘노루’가 우리나라에 오니 안 오니를 놓고 말이 많았습니다. ‘노루’라는 이름이 토박이말이라서 엄청 반갑기도 했지만 우리나라로 오는 게 걱정이 앞섰습니다. 그래서 우리나라로 오면 비가 많이 와서 어려움을 겪은 곳으로 가지 말고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에 비만 좀 많이 뿌려 주었으면 좋겠다고 비손했습니다. 그런데 일본으로 가는 바람에 제 바람과는 많이 멀어져버렸습니다.
오늘은 이 ‘태풍’ 이야기를 좀 할까합니다. 여러 곳을 찾아보니 우리나라 옛날 책에는 ‘대풍’이 쓰였고, 중국에서는 ‘구풍’이라고 했다고 합니다. ‘태풍’이란 말은 일본 학자들이 만든 말로 우리가 일본에 나라를 빼앗겼을 무렵부터 써 오고 있는 말이라고 합니다. 토박이말로는 무엇이라 했는지 똑똑히 알 수 없지만 ‘싹쓸바람’이 가장 가까운 말이라 풀이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바람 세기에 따라 붙인 바람 이름 가운데 가장 센 바람을 ‘싹쓸바람’으로 해 놓아서 헷갈리기는 합니다. 그래서 옛날 책에 적혀 있는 ‘대풍’을 뒤쳐서(번역해서) ‘한바람’이라고 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한밭’을 ‘대전’으로 바꿔 쓴 것을 두고 보면 억지스러운 말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몰라서 못 쓰는 말을 찾는 일도 해야 하지만 우리가 우리다운 말글살이를 하는 데 도움이 되는 새로운 말을 만드는 일을 하는 데도 힘과 슬기를 모아야 할 것입니다.
(사)토박이말바라기 두루빛 이창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