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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불원천(不怨天)일지라도 원망스런 하늘-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7-08-0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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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일 30도가 훅 넘는다. 해가 져도 덥다. 숨 쉬기도 힘들다. 나처럼 남들보다 살이 많으면 고통은 더하다. 주말 태풍이 오면 나아지려나 했는데, 태풍은 그냥 일본으로 가버렸다. 태풍 피해도 걱정이지만 일본으로 가버린 태풍이 야속하다는 생각이 들 만큼 덥다. 더위에 도시 농촌이 있겠냐만 고성군의 여름은 두려움이다. 노령인구가 많아 어르신들 건강을 많이 해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혹서기나 혹한기면 공무원은 더 바빠진다.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워야 제 맛이라는 말이 그래서 야속하다.

    더위보다 더 큰 걱정이 있다. 비가 너무 안 온다. 올 들어 고성지역에는 오늘까지 407.7㎜의 비가 왔다. 같은 기간 2015년 850.2㎜, 지난해 948.3㎜이었다. 관내 주요 저수지 저수율 역시 35%로 지난해 65%에 비해 절반 수준이다. 고성군은 많은 돈을 들여 지하수도 개발하고 하상도 굴착하고 양수장비도 확보했다. 또 소류지를 준설하거나 보강하고 확장에도 나서고 있다. 그래도 물이 없다.

    “관정도 다 뚫었고 소방서와 고성레미콘 차량까지 동원해 물도 지원했고, 기우제도 지내 봤고…. 할 만한 건 다 해봤는데 대책이 없네요. 하늘이 너무하네요”라는 담당 공무원의 말에는 하늘에 대한 원망이 가득하다. 논어는 불원천 불구인(不怨天 不尤人)라 했다. 하늘을 원망하지 않고 사람도 탓하지 않는다 했다.

    가뭄을 사람의 탓이라 여기고 발상의 전환을 해보자. 작지만 큰 결과가 생긴다. 통영시외버스터미널. 통영의 관문으로 하루 수천 명의 사람들이 드나든다. 여름철 시외버스 주차장 앞은 정말 덥다. 이글거리는 도로, 줄지어 선 택시. 그리고 주차장 가득한 버스와 많은 사람들. 다른 곳에 비해 온도가 높을 수밖에. 통영시는 버스정류장에 선풍기 2대를 달았다. 일견 대단치 않은 일이라 느낄 수도 있지만 산들산들 부는 바람이 참 고맙다. 선풍기 두 대로 통영의 첫인상은 ‘굿’이 된다. SNS에 올린다며 사진 찍는 사람도 있었다.

    조류인플루엔자(AI). 근래 고성군을 가장 괴롭혔던 것 두 가지 중 하나다. 다른 하나는 상상하는 것처럼 군수들의 계속된 중도하차. 고성군이 3년 연속 AI로 몸살을 앓을 때 이 지면을 통해 난 고성군의 정책에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정책으로 계속 당하니 발상의 전환을 해보든지 아니면 책임지는 사람들을 바꿔서 대응해보자고 했다.

    가뭄에 대해서는 그나마 걱정을 던다. 안전을 총괄하는 팀의 생각이 바뀌고 있어서다. 가뭄 취재를 하다 귀에 쏙 들어오는 말을 들었다. “내년 봄에 저수지와 소류지의 저수율을 많이 올려놓을 생각입니다. 가물어서 비 안 온다고 양수기 사고 관정 뚫고 하느라 예산 쓰기보다는 일찍 저수지와 소류지 수량을 높여놓으면 가뭄이 와도 저수율이 덜 줄어들 것이고, 모심기 물대기나 한여름 가뭄에도 대책이 될 것 같습니다. 이것저것 해봐야지요.” 이런 발상이 너무 좋다. 물론 “비가 많이 와서 물 넘치면 어쩔 거냐, 물 있는데 왜 양수기 돌려 물 채우느냐, 돈이 남아나느냐, 행정력 낭비다”는 등등의 비난이 나올 수도 있다. 그래도 뭔가 해보려는 생각이 참 좋다.

    불원천이라지만 하늘이 원망스럽다. 글 보고 하늘이 비 내려줄 것이라 하는 간절함을 담아본다.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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