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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갑질과 갑의 자격- 김용훈 사회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08-1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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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공관병 갑질을 두고 온라인상에서는 갑질 당사자인 박찬주 전 제2작전사령관에 대해 이병 강등 청원 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박찬주 대장을 이병으로 강등시켜야 한다는 청원운동까지 벌어진 것은 정말 많은 사람들이 분노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박 대장의 공관병에 대한 갑질 행위 중 가장 대중의 분노를 자극한 대목은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운 일이다. 박 대장 부부가 그때그때 호출하기 위해 공관병이 신속하게 달려오도록 평소 전자팔찌를 채웠다는 것이다. 집안일 등 박 대장 부부의 각종 사적인 일에 동원된 것도 모자라 그들의 편리(?)를 위해 전자팔찌에 채워진 채 생활한 그 공관병의 심정은 얼마나 비참했을까.

    ▼앞서 경남의 향토사단인 39사단에서도 공관병 갑질 논란이 일었다. 문병호 소장은 공관병 목덜미를 때리는 등 폭행·폭언을 하거나 공관 텃밭 관리, 자신의 대학원 과제물 준비 등을 시켰고, 운전병과 전속부관에게도 폭언한 사실이 확인됐다. 문 소장은 이 일로 결국 보직해임됐다.

    ▼육군은 최근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공관병 갑질에 대해 모든 장성급 부대를 대상으로 공관병에 대한 인권침해 여부 등을 확인하는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이번 조사로 밝혀지지 않은 또 다른 공관병 갑질이 드러날지도 모른다. 그런데 모 정치인은 최근 일련의 사태 등과 관련해 “군 개혁을 명분으로 좌파단체가 중심이 된 고발사건이 난무해 군 장성을 여론몰이로 내쫓고 있다”고 비판했다. 나가도 한참 나갔다. 갑을 관계는 어디서나 존재한다. 문제는 자격이다. 갑질을 일삼는 갑은 갑의 자격이 없다. 군대에서 지휘관은 부하들에게 당연히 갑이다. 그러나 갑질을 일삼는 지휘관에게 지휘관의 자격을 계속 인정해야 할까. 예컨대 박 대장 부부가 공관병에게 전자팔찌를 채우는 것처럼 갑질의 기본적 정서는 ‘을’에 처한 사람의 존엄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행여나 갑질의 정서에 동조했다면 정치인도 마찬가지로 정치할 자격이 당연히 없다.

    김용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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