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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추칼럼] 한반도 문제의 한국화- 양무진(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 기사입력 : 2017-08-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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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6일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371호가 채택됐다. 북한의 돈줄은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지만 생명줄은 건드리지 않았다. 북한의 광물과 수산물 수출의 전면 금지를 명시했다. 북한의 교역총액만 놓고 보면 외화수익을 일정 감소시키는 효과가 예상된다. 지난해 기준 북한의 광물수출은 약 7억5000만달러였다. 수산물 수출은 3억달러 정도였다. 둘을 합치면 10억5000만달러로 추정된다. 지난해 북한의 수출총액 30억달러를 감안하면 약 3분의 1의 외화수익이 감소되는 셈이다. 2371호에는 대북원유수출 중단을 명시하지 않았다. 원유는 북한의 생명줄이다. 북한산업의 전력용이고, 군대의 훈련용이며, 주민들의 운송수단용인 원유 문제를 그대로 둔 것은 2371호의 실효성이 출발에서부터 반감을 보여준다.

    2371호의 채택 과정은 두 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첫째, 기간이 짧았다. 과거 결의안 채택은 보통 3개월 정도 소요됐는데 이번 결의안은 33일 걸렸다. 둘째, 만장일치 채택이다. 이전에는 유엔안보리 15개 이사국들이 투표까지 갔는데 이번에는 투표의 과정이 없었다. 이런 특징은 미·중 간에 서로 원하는 것을 주고 받는 과정이 그리 어렵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국은 광물수출 전면금지를 포함한 돈줄 차단을 미국에게 주었고, 미국은 원유지원 중단 제외라는 생명줄을 중국에게 주었다.

    지난 8일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이 채택됐다.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도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북한에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371호의 즉각적인 준수를 촉구했다. 한반도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평화적으로 달성하는 데 지지를 표하고,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구축을 향한 남북관계 개선 구상에도 지지를 표했다.

    올해 ARF는 세 가지의 특징을 지닌다. 첫째, 회원국 외교장관들이 본회의 개최 전에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한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둘째, 의장성명은 폐막 후 며칠 걸리는데 이번 성명은 폐막 후 곧장 발표됐다. 셋째, 이전에는 의장성명에 북한의 입장도 반영됐지만 이번에는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 결과론적으로 이번 ARF에서 북한은 장내외에서 철저히 소외됐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김정남의 암살에서부터 잉태되고 있었다.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과 ARF 의장성명 채택 후 북·미 간에 주고받는 ‘말폭탄’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말폭탄은 북한 정부 성명에서 시작해서 외곽기구들의 몰아치기식 지지 성명으로 이어졌다. 심지어는 정부 성명을 지지하는 군중대회도 개최됐다. 북한은 정부 성명을 통해 유엔안보리 대북제재결의안 2371호의 ‘전면 배격’을 선언했다. 민족화해협의회는 서울 불바다를 들고 나왔다. 총참모부는 미국의 분별 없는 ‘전쟁불사’ 광증은 아메리카제국의 비극적 종말을 가져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략군 사령관은 화성12형 중거리 탄도미사일 4발로 미군기지가 있는 괌을 포위사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음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반도에서 화염에 휩싸이는 분노 운운했다.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언급이 빈말이 아님을 강조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도 메모지에 적힌 것을 그대로 읽었다. 사전 준비된 강력한 대북압박 메시지로 읽힌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은 ‘한반도 평화구상’이다. 북핵불용, 도발불용,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 등 3대 추진원칙을 가진다. 국민과 남북, 국제사회와 함께하는 3대 추진전략도 가진다. 문 대통령은 한미정상 통화에서 지금은 대화보다 압박과 제재에 집중할 때임을 강조했다. 북한의 ICBM도발에 대한 국민들과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반영된 느낌이다. 문 대통령은 남북이 좋지 않을 때 한반도 문제의 주도자는 미국과 중국이고 남과 북은 이방인으로 귀결됨을 잘 알고 있는 듯하다. 한반도 문제의 평화적 해결과 주도적 역할론은 한국이 한반도 문제의 주도자가 되겠다는 전략이 담겨 있다. 한반도의 운명을 주변국에게 맡기지 않겠다는 의지도 담겨 있다.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 문제의 국제화가 아니라 한국화로 이끌기 위해 남북 간의 물밑접촉을 비롯한 더 많은 대화 노력이 요구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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