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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2월 17일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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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권 기자의 여의도 한담]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홍준표 한국당 대표

정치입문서 파격언행까지 묘한 ‘닮은꼴 행보’
1982년 사시 동기·15대 총선서 DJ·YS 발탁
한 차례 낙선 후 정치권 복귀 당 대표 맡아

  • 기사입력 : 2017-08-1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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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뻘쭘한 사이”라고 했다.

    최근 한 TV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해서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 대표인 이들 인연은 30여년 전으로 거슬러 오른다. 1982년 같은 해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 14기 같은 반이었다. 추 대표는 그러나 “(홍 대표와) 친할 수 없었다. 마초적이었다. 다정다감한 캐릭터가 아니다”고 했다. 홍 대표는 지난 2009년 한나라당 원내대표 시절 국회 환경노동위원장인 추 대표가 최저임금법 등 안건 상정에 반대하자 “할 일 없으면 집에 가서 애나 보든지…”라고 했다. 요즘이라면 여성비하로 한바탕 홍역을 치렀을 발언 수위다. 추 대표는 “우리 애 다 컸다고 했더니 (홍 대표가) 못 들은 척하고 가더라”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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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지난 4일 국회 대표실을 방문한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협치를 국민 앞에 약속한다는 의미로 팔짱을 끼고 있다./연합뉴스/



    ‘뻘쭘한’ 이들은 하지만, 영남권을 기반으로 한 태생적 출발부터 같은 해 사법고시 합격·정치권 입문, 한 차례 낙선 뒤 복귀해 당 대표 당선, 계파 없는 ‘나홀로 정치’ 등 묘하게 닮은 꼴 행보를 하고 있다. 둘은 요즘도 이따금 격한 발언을 쏟아내 정국을 꼬이게 만드는 ‘설화(舌禍) 메이커’로 존재감을 각인시키고 있다.

    추 대표는 1958년 대구 달성군 출생으로 경북여고, 한양대를 나왔다. 홍 대표는 1954년 창녕군에서 태어났지만 대구에서 중·고교, 고려대를 다녔다.

    24회 사법고시에 나란히 합격해 추미애 판사, 홍준표 검사로서 법조인의 길을 걸었다. 1996년 15대 총선에서 나란히 당선돼 정계 입문했다. 추 대표는 ‘DJ(김대중 전 대통령) 키즈’, 홍 대표는 ‘YS(김영삼 전 대통령) 키즈’다. 정파를 달리했지만 정치 입문 21년 만에 여야 대표로 만난 사실 또한 흔치 않은 인연이다.

    추 대표는 출발이 화려했다. 호남 출신 DJ는 그의 영입을 놓고 “대구 며느리를 얻었다”며 총애했다. 1997년 대선 때 김대중 캠프 선거유세단장을 맡으며 ‘추다르크’라는 별칭을 얻었다. 2002년 대선 때는 노무현 전 대통령이 차기 지도자로 추켜세울 만큼 주목받았다.

    15대 서울 광진을 지역구 의원으로 당선된 이래 16·18·19·20대까지 ‘여성 첫 지역구 5선’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노 전 대통령 탄핵에 동참한 뒤 17대 총선에서 낙선하며 시련을 겪었다. 지난해 전당대회에서는 비주류임에도 친문(친문재인)계의 지원을 등에 업고 당 대표가 됐다. TK(대구·경북) 출신 첫 여성 당수 탄생이란 기록도 세웠다.

    추 대표는 5선이라고는 하지만 측근이라고 불릴 만한 의원을 찾기 힘들다. ‘정치적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평을 듣는다. 당 대표 당선 수락 연설에서도 “계파의 곁불조차 쬐어본 적 없는 정치 인생을 21년간 의롭고 외롭게 해왔다”고 했다.

    홍 대표는 추 대표에 비하면 초반부터 적지 않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5대 총선에서 서울 송파갑에 당선됐지만 1999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아 의원직을 상실했다. 2년 뒤인 2001년 서울 동대문을 재보궐선거에서 재기해 제16대 국회에 복귀, 17·18대까지 4선 의원을 지냈다. 18대 국회이던 2011년 7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에 나서 별다른 조직세도 없이 선출되는 기염을 토했다. 환호도 잠시, ‘디도스 사건’ 등에 책임을 지고 5개월여 만에 대표직에서 쫓겨나듯 물러나는 불운을 겪었다.

    내리 3선을 했던 동대문을 선거구에서 19대 총선 때는 낙선했다. 대부분 홍준표의 정치생명은 끝났다고 했다. 하지만 이듬해 김두관 전 지사 사퇴로 공석이 된 경남도지사에 당선되면서 재기했다. 2015년 도지사 재선 가도를 달릴 때 2011년 당 대표 경선 당시 1억원 수수혐의로 ‘성완종 리스트 사건’에 기소되면서 정치인생 최대 위기를 맞는다. 1심에서 징역 1년 6월에 추징금 1억원 실형을 선고받았다가 2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으면서 극적으로 부활했다. 아직 대법원 최종판결이 남았다.

    홍 대표 역시 추 대표만큼 주변에 지지세가 넓지 않다. 4선 국회의원과 경남지사 재선, 대통령 후보, 두 번의 당 대표 등 화려한 정치 이력을 쌓았지만 계파도 없고 지지기반도 두텁지 않다. 그는 검사 시절부터 아웃사이더로 유명했다. “자존심 하나로 사는데 아바타 정치는 안 한다” “독고다이 정치” 등 ‘독불장군’을 자처했다. 지난달 4일 홍 대표는 당선 인사차 추 대표를 찾았다. 추 대표가 ‘갑자기’ 홍 대표의 팔짱을 꼈다. 주변에서 확연히 느낄 정도로 홍 대표는 당황한 표정이었다. 이후 추 대표는 “여당 대표로서 다정하게 대해볼까 하는 마음으로 팔짱을 꼈더니 어색해하더라”고 했다.

    오랜 세월 ‘뻘쭘한’ 이들이지만 참 묘하게 닮은 꼴이다.

    이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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