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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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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안부 문제 ‘여성·인권’으로 풀자”

피해자-가해자 틀 벗어나야
지금까지 민족감정 문제로만 접근
법적책임·진정한 사죄 이끌지 못해

  • 기사입력 : 2017-08-13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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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최초로 증언한 날인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8월 14일)과 72주년 광복절을 즈음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사회의 다양한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그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한·일 민족주의적 관점으로 접근해 피해자와 가해자의 틀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초기의 방법에서 벗어나 점차 ‘여성’과 ‘인권’의 문제로 접근 방식이 확장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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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김경애 할머니가 지난 2015년 10월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의거리 인권자주평화 다짐비 앞에서 열린 ‘1200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수요 연대시위’에서 다짐비를 쓰다듬고 있다./경남신문DB/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의 핵심은 일본의 사죄와 배상,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의 명예회복이다. 그동안 한일 양국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 논의를 위한 협의를 지속해왔지만, 피해자 할머니들을 포함해 우리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방향으로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여성학계와 시민사회단체의 중론이다. 지난 2015년 한일 양국의 위안부 협상에서 보았듯 일본은 위안부 문제의 핵심 쟁점인 ‘법적 책임’에는 이르지 못했음에도 대내외적으로 ‘법적 책임은 최종적으로 끝났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는 데다, 우리 정부도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과 구체적 문제 등에 관해선 진정한 사죄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더 이상 한·일 양국의 민족감정 문제로만 접근해선 안 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을 맞아 지난 1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 문화의거리 ‘인권자주평화다짐비’ 앞에서 열린 경남시민대회에서도 이 같은 논의가 활발히 이뤄졌다.

    이경희 ‘일본군위안부할머니와함께하는마창진시민모임(이하 시민모임)’ 대표는 “여성, 인권의 가치가 정말 소중하다는 것을 우리에게 일깨워준 것이 바로 일본군 위안부의 역사적 진실을 마주한 이후”라며 “김학순 할머니의 용기 덕분에 여성인권유린의 피해자였음에도 오랫동안 숨죽여 지내온 아시아 각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이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었고, 국제사회의 양심도 울릴 수 있었다. 위안부 문제의 정의로운 해결을 위해서 여성의 인권과 명예회복이라는 보편적인 관점에서 새로운 틀을 잡아 역사적 진실을 규명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등 도내 여성계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앞으로 세계 여성 인권과 연계해 풀어내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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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4년 9월 미군 사진팀이 중국 윈난성 ‘라모’ 지역에서 찍은 4명의 조선인 위안부 사진으로 당시 박영심(사진 오른쪽) 할머니는 사진과 문서자료 증언이 일치하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로 첫 공식 확인됐다./연합뉴스/

     

    시민모임 주최로 열린 한 세미나에서 문경희 창원대학교 국제관계학과 교수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우리 (한국)가 피해자, 일본이 가해자라고 보면 절대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문 교수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한국 사람은 성 노예제로, 일본 사람은 성 상행위로 보기 때문에 한국은 법적 책임이 있다고, 일본은 도의적인 책임이 있다고 본다”며 “위안부 문제를 다룰 때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너는 나쁘고, 우리는 피해자’라는 기존의 이분법적 방식으로는 오히려 혐한 감정을 부추겨 일본 내 양심적 지식인의 활동을 위축시키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일본영사관 및 부산영사관 앞 소녀상 문제 등이 시민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지만, 장기적으로는 문제 해결의 동력을 잃을 수 있다는 지적도 같은 선상에서 나왔다고 문 교수는 설명했다.

    그는 “기존 관점의 영향을 받은 위안부 관련 재현물이 일본을 향한 분노의 감정에만 치우쳤던 경향이 있다”며 “위안부 문제의 보편성과 특수성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민족감정뿐 아니라 여성, 인권 등의 다양한 담론으로 접근해야 일본 내 시민사회에서도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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