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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23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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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거제 출신 고 윤병도 선생 만든 일본 ‘무궁화자연공원’

일본 한가운데 10만 그루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 기사입력 : 2017-08-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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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도쿄 인근 사이타마현 미나노마을에
    1970년대 후반부터 30여년 걸쳐 조성
    부지 면적 33만㎡로 세계 최대 규모
     
    동포들과 한국에 와서 느티나무 심고
    수재의연금·토지 등 기부활동도 펼쳐
    거제시민의상·국민훈장 모란장 받아
     
    선생 유지 이으려 현재 막내딸이 운영
    한-일 평화·우호 기원 정신 계승 노력
    산림조합, 작품 기증·가지치기 등 지원



    세계 최대 규모의 무궁화공원이 일본에, 그것도 도쿄 인근에 있다 하면 많은 이들이 의아해하고 놀라워한다. 더군다나 그 공원은 이제는 고인이 된 거제 출신의 한 재일동포 사업가의 노력으로 이뤄졌다는 사실이다.

    1930년 거제 신현읍에서 태어난 고 윤병도 선생. 도민들의 기억에는 잊혀졌겠지만 윤 선생은 지난 1999년 4월 5일 재일동포를 중심으로 구성된 한일느티나무동호회 회원 1000여 명을 데리고 우리나라를 방문, 전국 곳곳에 1만여 그루의 느티나무를 심었으며 거제에도 상당수의 느티나무를 심었다.

    이후 태풍 매미로 고통받는 거제지역 수재민을 위해 수재의연금을 기부했으며 2007년에는 60억원 상당의 토지를 거제시에 기증하기도 했다. 이러한 공로로 윤 선생은 2008년 거제시민의상을 수상했으며, 2010년 10월 ‘산의 날’을 맞아 국민훈장 모란장을 받을 예정이었으나 안타깝게도 그해 9월 1일 타계하면서 부인 이토 하쓰에(伊藤初枝·80) 여사가 대리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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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사이타마현 지치부군 미나노 마을에 조성된 무궁화자연공원 내에 한국식 정자와 솟대가 보인다./산림조합중앙회/

    일본 사이타마현 지치부군 미나노마을(皆野町)에 조성된 무궁화자연공원(ムクゲ自然公園). 일본에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한국에는 일본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윤 선생이 사재를 털어 1970년대 후반부터 세계 최대 규모(부지 33만㎡, 식재 무궁화 10만 그루)로 30여년에 걸쳐 조성했다.

    무궁화공원에는 무궁화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른 봄 복수초와 머위, 올벚나무와 노란 납매가 피어나고 제비꽃을 비롯한 철쭉과 개나리가 피어난다. 여름이면 수국과 무궁화, 백일홍이, 가을에는 상사화와 마타리가 활짝 핀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압권은 7월부터 피어나기 시작하는 10만 그루의 무궁화다. 무궁화가 핀 공원의 모습은 장관을 넘어 윤 선생의 고향 사랑과 한일우호의 정신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하지만 선생이 떠나고 난 뒤 무궁화공원은 ‘한국과 일본의 아름다움으로 한일우호와 평화를 잇겠다’는 선생의 꿈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선생의 막내딸인 하세가와 노부에(長谷川信枝·54)씨는 아버지의 유지를 잇기 위해 사재를 털어 공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간 약 1000만엔(1억원) 정도의 운영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언제까지 운영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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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석형(앞쪽) 산림조합중앙회장과 윤병도 선생의 막내딸 하세가와 노부에씨가 공원을 둘러보고 있다.

    연간 약 1만명의 방문객으로부터 입장료를 받고 있지만, 사시사철 받는 것이 아니고 제철 꽃들이 만개한 시점에만 받고 있어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최근 천연 염색 체험교실과 문화공연, 전시회 등으로 공원 운영의 활로를 모색하고 있지만 이 역시 운영에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유족들은 이러한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공원의 설립 취지를 지켜줄 것을 조건으로 사이타마현 지치부군에 공원을 기증하려 했으나 운영비용의 부담을 느낀 지치부군에서 기증을 받지 않아 향후 공원 운영의 불투명을 재촉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행히 최근 우리나라 산림조합이 이 공원을 돕기 위해 지원에 나서고 있다. 산림조합은 무궁화를 통한 나라사랑과 양국의 우호를 꾀한 고인을 추모하고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공원을 돕기 위해 3년 전부터 매년 여름 지역 산림조합장과 직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공원의 풀베기와 가지치기 작업을 비롯한 다양한 재능기부 활동을 펼치고 있다.

    또한 공원 경관과 관람객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한국의 무궁화 그림과 사진, 한지 무궁화작품 등 전시물을 기증하는 한편 한국에서 제작해 가져온 전통 정자와 솟대 등을 설치해 한국의 아름다움을 일본에 알리고 있다.

    이러한 사실들이 사이타마현 지역 언론은 물론 중앙 언론에 알려지면서 공원을 찾는 방문객이 늘어났다고 한다. 공원 개장 때 일부 일본인들의 방해로 개장식도 열지 못했지만 지금은 지역민의 소중한 공간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올해 재능기부 활동을 기념하는 솟대 기증식에는 한국과 일본의 많은 관계자들이 참석해 한일 우호를 다졌다. 한국에서는 산림조합중앙회 이석형 회장과 산림조합 임직원, 일본측에서는 공원 관계자와 지치부군 광역삼림조합 대표, 지치부군 농림센터 관계자, 일본 삼림조합 연합회 관계자가 참석했으며, 이 외에도 지역 주민과 관광객,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 기자들이 함께 모여 윤 선생의 공원설립 취지를 기렸다.

    산림조합 관계자에 따르면, 선생의 부인 이토 하쓰에씨는 “한국과 일본이 무궁화공원을 계기로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로서 사이가 더 좋아졌으면 좋겠다”면서 한일 양국의 우의와 평화를 희망했고, 막내딸인 하세가와 노부에씨는 “힘들고 어렵지만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해봤다”면서 무궁화공원을 지켜나갈 것을 다짐했다.

    산림조합중앙회는 앞으로 무궁화공원의 지속적인 관리와 함께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벚꽃도 심어 자연스럽게 한국과 일본의 아름다움이 조화를 이뤄 윤 선생의 유지가 이어지게 할 계획이다.

    이석형 산림조합중앙회장은 “무궁화공원에 봄철에는 벚꽃이, 여름철에는 무궁화가 피게 함으로써 고 윤병도 선생의 한일 간 평화와 우호를 기원하는 정신이 이어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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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궁화자연공원 조성 당시의 윤병도 선생.

    18살의 나이로 일본으로 건너가 늘 고향을 그리워한 고 윤병도 선생. 선생이 심은 거제 옥산성 느티나무는 세월이 흘러 지금은 사라지고 없다. 그리고 그가 기증한 토지는 상문동 주민센터와 용산공원으로 조성됐지만, 용산공원은 찾는 이가 적어 쓸쓸하게 자리하고 있다. 다행히 최근 거제시의회에서 용산공원의 활성화에 대한 논의를 재개한 것으로 알려져 선생의 뜻이 거제시민을 포함한 우리 모두에게 전달될 수 있을 것 같다.


    일본에는 한국의 아름다움을, 한국에는 일본의 아름다움을 알리기 위해 조성한 무궁화자연공원. 광복절을 맞아 경남 출신 윤병도 선생의 애국심과 평화의 정신이 무궁화꽃처럼 활짝 피어 우리와 함께하기를 기대한다.

    이종구 기자 jglee@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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