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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웨딩다이어리 (7) 다섯 번에 백 만원

  • 기사입력 : 2017-08-18 15:2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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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을 마지막으로 입어본 게 초등학교 때였나. 분명 엄마가 옷장에 넣어두던 기억이 있는데 지금은 감쪽같이 사라졌다. 얼마나 안 입었으면 그 한 벌 있는 옷이 사라진 지도 모를까.

    엄마는 ‘결혼식 말곤 입지도 않을 거 뭐하러 사냐’며 결혼식 한복은 대여하겠다고 했다.

    나도, 곰대리도 입지도 않을 옷이라는 것에 공감했지만 결과적으로 곰대리는 대여를, 내 한복은 구매하기로 결정.

    한복에 대해 잘 알지 못해서인지는 몰라도 한복 대여료는 내 상식으론 너무 비쌌기 때문이다.

    주변에 먼저 결혼한 친구들이 ‘세 번 빌릴 거면 그냥 사라’는 말을 이해했달까.

    통상 20만원, 재질이 좋고 신상 디자인인 것은 30만원을 호가했다. (내가 검색 스킬이 없는 탓인지 정확한 금액대가 나오질 않더라. 직접 한복집에 가서야 알게된 가격. 보통 저고리, 치마 외에 신발, 속치마, 노리개 정도가 대여에 포함된다고.)

    둘이 앉아 계산해보니 적어도 네 번 이상은 입을 일이 있었다. 웨딩촬영, 결혼식, 신혼여행 갔다온 후, 첫 명절. 보통의 가격으로 계산해봐도 80만원. (관리를 잘한다면 아가씨 결혼, 아이 돌잔치까지도 입을 수 있었다. 아직은 어린 내 동생의 결혼식까지 입을 수 있다고 치면 한복을 대여함으로 인해서 버리는 돈은 너무 많았다.)

    그에 비해 곰대리는 웨딩촬영, 결혼식 말고는 딱히 입을 일이 없었다. 그래서 대여로 결정.

    플래너가 예약한 집은 두 군데. 한복 가격이 얼마인지는 몰랐지만 너무 비싸면 부담이 될 것 같다고 미리 일러둔 뒤였다.

    그는 한 곳은 무난하지만 자수나 장식 등 디자인이 추가될 때 별도 요금이 발생할 수 있고, 다른 한 곳은 가격대가 전자에 비해 조금 높지만 자수 등은 한복을 만드는 원장님 재량에 의해 따로 요금을 받지 않으니 결국 두 군데가 비슷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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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각설하고 한복 대여료를 보면 알겠지만 한복 가격은 생각보다 비쌌다. 신발, 클러치 등 장신구를 모두 포함해 70만원. 무난하다는 가격이 그 정도였다. 거기에 신랑 대여료 50% 할인 혜택이 있었다.

    첫째로 방문한 한복집에서는 30분을 머물지 못하고 나왔다. 들어서니 큰 테이블 위에 인터넷에서 많이 본 그 색감의 저고리가 펼쳐져 있었다. 테이블에서는 막 상담이 끝난 다른 예비 부부가 인사를 하고 가게를 나섰지만 그 저고리는 그대로 그 자리를 유지했다.

    “다음 신부님~”

    나를 지칭하는 듯한 소리에 테이블에 앉아 책자를 펼쳤지만 주인으로 보이는 그 분은 다음 장을 넘길 시간도 주지 않았다. 테이블 위에 여전히 펼쳐져 있던 그 한복을 추천했다. 인터넷에서 본 그 저고리에 항상 같이 매치되는 치마를 매치해 ‘이걸로 하라. 신부님은 하얘서 이러면 너무 예쁘겠다’고 했다. 이게 바로 답정너(답은 정해져 있으니 너는 말만 하면 돼)인가.

    둘째로 방문한 한복집에서 우리는 계약을 했다. 물론 이곳에서도 책자를 볼 여유를 주지 않은 건 똑같았다. 하지만 적어도 많이 본 한복을 펼쳐놓고 추천하진 않았다.

    점장님은 여러 색의 천을 내 목덜이에 대보곤 잘 어울리는 색을 추려 추천했다.

    저고리와 치마 색부터 시작해 삼작고름(고름이 세개) 색상, 그리고 깃과 동정의 모양도 같이 고민했다.

    “이렇게 하면 우리 색시한테 참 잘 어울리겠다”는 점장님에게 뒤늦게 가격을 물었다. 90만원. 오 마이 갓. 너무 비쌌다.

    ‘좀 더 보고 오겠다’는 핑계로 일어나려 하니 점장님은 속마음을 꿰뚫은 듯 물었다.

    “비싸서 그러냐. 얼마면 되겠냐.”

    곰대리는 솔직히 너무 비싸다며 70만원 정도 생각했다고 했고 점장님에게서 역으로 제안이 왔다. 신랑 대여를 무료로 해주겠다고.

    20만원으로 계산을 해도 아직 비쌌다. 밑져야 본전인 상황. 곰대리가 대여는 두 번 정도 해야 하지 않냐고 했고, 점장님은 쿨하게 오케이를 외쳤다.

    “내가 지금 생각한 디자인에 이 신부가 너무 잘 어울리는 상이라 그래. 나한테 한 번 맡겨봐요.”

    진심이었는지는 모를 일이다. 무튼 드라마 ‘신사임당’에 나오는 이영애 같은 자태를 뽑내게 해주겠다는 점장님 말에 홀라당 넘어갔다.

    두 달 뒤 받아든 한복은 기대 이상으로 고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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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복은 생각보다 비쌌다. 하지만 알아보면 40만원대, 50만원대 한복도 있다. 웨딩박람회에서도 한복을 만날 수 있었다. 보통은 가격대 별로 네다섯 가지 한복을 소개한다. 낮게는 50만원에서 높게는 100만원대다. 차이를 물으니 소재와 두께, 그리고 디자인이다. 100만원대는 당연히 한복 패션쇼에 나갈 만한 독창성 있는 디자인에 구김이 거의 가지 않는 두꺼운 실크를 쓴다고. 가장 저렴한 건 물빨래가 가능한 소재의 한복으로 관리는 쉬울지 모르나 광택이 부족하고 보풀이 쉽게 일어날 수 있다고 했다. 두께도 가격을 결정했다. 두께에 따라 구현할 수 있는 색감도 차이가 났다. 두께가 얇으면 구김이 잘 갈 수 있다고 했다.

    웨딩촬영 때 귀동냥으로 들은 얘기로는 보통 한복집에서 대여를 하면 저렴한 소재의 한복으로 돌리다보니 너덜거리거나 보풀이 많이 생겨 볼품이 없다고. (곰대리는 행운이었는지 복이었는지 내 한복을 디자인하면서 같이 디자인했다는 새 한복을 입었다. 촬영장 코디는 곰대리 한복이 대여라는 사실을 듣고는 품질에 놀란 데 이어 내 한복에 또 배씨댕기, 노리개 등 여타 장신구도 챙겨줬다는 것에 감탄하며 한복 돌려드릴 때 감사 인사라도 전하라고 했다.)

    한복 판매처는 다양하다. 일반 가게뿐만 아니라 시장 내 주단가게도 있다. 기성한복을 팔기도 하고, 원단을 팔기도 한다. 맞추려면 원단을 사면 그 주단집과 거래하는 바느질집에서 제작을 맡는다. (한복집과 바느질집이 의미상 차이는 없는 것 같은데 왜 달리 부르는지는 의문이다. 단독 운영 점포가 있고 없고의 차이일까.) 원하는 가격대와 소재, 구성(여자는 가슴에서 허리선, 남자는 허리에서 엉덩이선까지 오는 조끼 형상의 ‘배자’, 종아리 언저리까지 오는 긴 조끼 형상의 ‘쾌자’ 등)에 따라 원하는 곳을 선택한다면 합리적인 구매가 될 듯하다. 김현미 기자 hm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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