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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가능성과 개연성, 집단사고와 집단지성- 허충호(김해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8-23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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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국회 국방위 현안질문에서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가능성과 개연성 중 개연성을 전제로 이순진 전 합참의장에게 북한의 괌 미사일 공격 가능성을 물었다. 김 의원은 이 자리서 가능성(possibility)과 개연성(probability)의 차이점을 항공기 사고를 예를 들어 설명했다. 항공기를 이용하는 승객은 추락사고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는 있지만 그럴 개연성이 적다고 보고 탑승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김 의원이 개연성을 전제로 함참의장에게 북의 괌 공격 가능성을 질문한 것은 국민들에게 현실적이고 객관적인 사태 판단 자료를 제공하라는 요구로 해석한다.

    사람 사는 세상은 사실 ‘연속된 가능성에 개연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구조’라 할 수 있다. 여름철 강한 태풍이 닥쳐와 애써 가꾼 과실이 한순간에 바람에 날아가버릴 수 있고, 마음먹고 산 복권이 1등으로 당첨돼 천금을 거머쥘 수도 있다. 그런 전제는 가능성에 기초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마치 자동차 바퀴의 회전운동을 제어하는 브레이크 같은 존재도 있다. 바로 개연성이다. 항공기 사고가 날 가능성은 있지만 비행기를 탈 때마다 그 가능성만 생각한다면 아마도 항공회사는 진작 문을 닫았을 것이다. 사고의 가능성보다 안전할 것이라고 믿을 만한 개연성, 즉 절대적으로 확실하지 않지만 아마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상대적으로 많으니 비행기를 타는 것이다.

    가능성과 개연성 모두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분석기법에 의해 평가되지만 상호 배치되는 측면이 더 많다. 그렇다면 중대한 정책적 판단·결단의 근거는 가능성이 돼야 할까, 개연성이 돼야 할까.

    최근 신고리 원전 5,6호기 건설 중단 사태와 함께 정치·사회 이슈로 대두하고 있는 탈원전문제도 그렇다. 찬성론자들은 방사능의 치명적인 위해 가능성에 방점을 두고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탈원전을 주장한다. 여기다 사용 후 폐연료봉 처리대책이 사실상 없다는 점을 강조하며 방사능 누출에 따른 치명적 2차 피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반대파들은 신고리 5,6호기 같은 제3세대 원전은 세계적인 수준의 안전성을 확보하고 있고, 탈원전으로 블랙아웃이라도 발생할 경우 산업구도의 큰 틀을 재편해야 할 만큼의 심각한 상황이 초래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양측의 주장을 살펴보면 가능성과 개연성이라는 두 단어가 격하게 충돌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탈원전파는 원전사고 발생 ‘가능성’에 집중하는 양상이고 반대파는 원전 부재 시 발생할 경제적 문제의 ‘개연성’에 논점을 맞추는 모습이다.

    정부가 이번 논란을 두고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결정방식을 모색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심리학자 어빙 재니스(Irving Janis)가 주장한 집단사고(group think)와 함께 집단지성 (collective intelligence)을 떠올린다. 비슷한 성향의 집단이 모이면 더 극단적 결단을 하는 경향이 있다는 ‘집단사고’가 공론화 과정을 지배한다면 끝 모를 갈등만 재연될까 우려된다. 소수의 우수한 개체나 전문가의 능력보다 다양성과 독립성을 가진 집단의 통합된 지성이 오히려 올바른 결론에 더 가깝다는 집단지성도 이번 논쟁의 근간이 되는 가능성과 개연성 간 이해의 갭(gap)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참 난제다.

    허충호 (김해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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