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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원전 갈등보다 지정학적 위기 해결이 먼저다- 정삼석(창신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 기사입력 : 2017-08-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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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는 반도국가다. 남한 면적은 약 10만㎢, 인구 5000만명에 삼면이 바다이고 부존자원은 별로 없다. 남측은 대륙 진출의 기회로 침략을 일삼았던 일본, 북측은 이념과 체제가 다른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막혀 섬 아닌 섬나라로 살아 왔다.

    1000번 이상의 외세침략을 당할 만큼 지정학적 악조건에서도 우리 민족은 꿋꿋하게 버텨왔다. 국토면적 대비 인구밀도는 방글라데시, 대만에 이어 세계 3위, 도시의 인구밀도는 단연 세계 1위이다. 비좁고 밀도가 높은 국토에 살고 있다는 뜻이다. 그동안 공과도 있었지만 치열한 경쟁 속에 세계 10위권의 경제발전과 2차 세계대전 이후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이룬 유일한 국가로 성장했다.

    최근 우리나라는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이하 사드) 배치와 탈원전 문제로 온 나라가 갈등하며 분열되고 있다. 이 모두가 결국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악조건 때문이다. 사드는 휴전선을 지척에 둔 북한이 핵개발을 전제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며 위협하는 대응수단으로 필요한지에 대한 찬반 갈등이다. 중국 역시 자국안보를 이유로 사드를 반대하고 있다. 이 역시 우리가 처해 있는 지정학적 악조건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자원 빈국이다. 외국에서 원자재를 수입 재가공하여 수출해 살아가는 나라다. 우리가 가진 것은 오직 우수한 기술력과 인적자원밖에 없다. 그럼에도 세계에서 가장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본격 상업운전에 들어간 3세대 원전(APR1400)발전소, 그것도 독일, 프랑스, 미국과 같은 선진국도 못한 4중 안전장치의 세계 최고 원전기술력을 단지 위험할 수 있다는 이유만으로 중단하려고 한다. 매년 천문학적인 세계 원전시장을 포기하면 자원 없이 먹고사는 나라는 이만한 대안을 찾기 힘들다. 물론 국민 안전을 위해 만전을 기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한다. 그래도 하루아침에 공사를 중단하고 탈원전을 발표하는 것보다는 안전과 향후 대책이 우선이다. 그래도 대안이 없다면 그때 최종 결정해도 늦지 않다. 북핵문제로 우리 주변 정세가 위중하고 엄중한 이 상황에서 굳이 탈원전 문제로 국론분열을 야기시킬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사드와 탈원전 갈등만큼 주변 강대국의 일방적인 결정도 염려스럽다. 오래전 대만은 우방인 미국이 중국과의 관계정상화 이유만으로 미군철수와 함께 버림받았다.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에서 퇴출당하고 국제무대에서 철저하게 무시당했다. 심지어 올림픽에서도 국호를 사용하지 못했다. 당시 협상의 주역이었던 키신저는 최근 북한이라는 완충지대를 잃은 중국의 불안을 달래기 위해 미군을 철수하는 미·중 담판론을 또 거론했다. 통일 후 미국 후견을 받은 우리가 압록강에서 중국과 마주하는 악몽을 방지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래서 ‘도전과 응전’으로 유명한 토인비는 “한국은 독립할 수 없는 나라”라고 했던가? 지금껏 강대국의 국제전략은 힘없고 분열된 나라를 제물로 삼아 왔다. 일제 해방부터 휴전분단까지 우리의 근대사 운명은 우리 의사와 관계없이 강대국의 흥정에 의해 이루어졌다. 결국 신뢰 가능한 우리의 자체 억지력이 없다면 북한은 대화 상대로 판단하지 않을 것이고 국제사회도 우리를 무시할 것이다. 그래서 우리의 지정학적 악조건으로 야기된 각종 저평가는 우리 국민이 극복해야 할 역사이고 운명이 되었다.

    바퀴가 마찰에 의해 앞으로 나아가듯 적당한 갈등은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은 갈등과 마찰이 너무 심해 오히려 국론만 분열된 양상이다. 북핵과 사드 문제로 안보상황이 엄중한 요즘 정부가 3개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원전폐기까지 제기해 국민갈등을 야기시킬 것이 아니라 지금은 우선 지정학적 위기 대처에 국가의 역량과 국론을 결집해 대처할 시기다. 원전은 지금 논의할 시기가 아닌 듯 싶다.

    정삼석 (창신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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