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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양산역사 연구 35년 외길 정진화 씨

‘물금 향토사’에 꽂혔다가 ‘양산 역사’에 눈떴지요… 양산향토사연구소 자문위원
물금읍지 발간 준비하며 연구 시작
마을 원로들 직접 만나 자료 수집

  • 기사입력 : 2017-08-24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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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물금읍지를 만들다 미비한 양산향토사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향토사를 연구하다 양산의 역사를 정리하게 되었습니다.” “여력은 양산현대사 정리에 쏟아야죠.”

    현재 양산향토사연구소 자문위원인 정진화 전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이 양산향토사 연구를 하게 된 직접적인 동기는 물금면장(1983.1.10~1989.11.15) 취임사에서 약속한 투명한 행정 등 4가지 항목 중의 하나인 제대로 된 ‘물금면지’를 발간하겠다고 주민들과 약속한 것이었다. 정 위원은 면장직에 있으면서 특별한 방안도 없이 덜렁 주민과 약속한 면지 발간을 어떻게 할 것인가 고민에 빠졌다.

    우선 각 마을의 최고 원로를 찾아 마을의 역사와 지명유래 등을 파악하고 다음으로 양산군지와 기존 면지 등의 연찬과 전국 각 지리지에 등재된 양산군의 내력을 파악하면서 읍지 발간을 준비했다.

    “자료 수집을 위해 마을원로에게 밥값과 막걸리값을 제법 썼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약속 잡아 부지런히 다녔죠. 초보자니 일단 몸으로 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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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진화 위원이 자택 서재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 위원은 지난 1983년부터 1994년까지 장장 11년간 물금읍지(1095쪽)에 대한 자료를 수집했다. 마을 원로 중 물금읍 증산리 남평마을의 이정우(1915년생)옹은 직접 경험한 갑술대홍수(甲戌大洪水-1934년 7월 23일)에 대해 상세히 전해주었다. 이 홍수는 물금의 재해 중 가장 큰 수해사건으로 당시 물금 전체가 물바다가 됐다는 것.

    범어리 홍두관 직선 초대면장과 가촌리 박경홍 직선 3대 면장의 면담에 의해 양산수리조합을 창설(1922년)한 일본인 광라장강(廣懶長康)은 1911년 일본의 동양척식주식회사의 요원으로 물금에 직원 2명과 함께 정착했다는 이야기도 듣게 됐다. 이자는 현 양산신도시가 들어선 메기뜰의 상당부분을 확보했던 것과 1926년 퇴임해 물금 동부에 살면서 1924년 범어초등학교 창설 시 거금 1000원을 희사했다는 것.

    물금 서부리 김순경 직선 2대 면장과는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 막걸리 자리를 마련해 일아정 산소 이야기로 황산역지(黃山驛址)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등 현장 위주의 자료 수집을 했다. 그 밖에 황산잔도, 마고성 등에 대해서도 지역원로를 찾아 이야기를 들었다.

    “짧은 한자 실력에 옥편을 곁에 두고 자료정리에 몰두하다 밤을 새우기도 했고, 쓰러져 병원 신세도 졌죠. 제대로 된 읍지를 만들려고 규장각과 국회도서관, 동아대 등 대학박물관을 수백 번씩 출입했습니다.”

    그는 양산 군지 및 전국지리지 내의 양산군사료 등을, 규장각에 보존된 단본 양산군지 도지 및 지역별 읍지에 포함된 양산군지를, 전국지리지(세종실록지리지, 대동지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내의 양산군사료를, 상북면지 등 군내 면지를 각각 열람·복사해 비교정리했다.

    정 위원은 1989년 10월 5일 물금면장직을 그만두고 11월 30일 치러진 양산농지개량조합장 선거에 출마해 1표 차로 낙선했다. 1993년 선거에서 당선될 때까지 4년간 활발한 읍지자료 수집 등을 했다. 조합장 재임 중인 1996년 여름, 면장 재임 중 약속한 면지 발간은 항상 뇌리를 떠나지 않고 발간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었다. 그는 양산농지개량조합 2층 조합장실 공간에 책상 하나와 서류함을 두고 그동안 집에 보관해 온 면지 자료를 갖고 와 최종 정리에 들어갔다. 당시 그의 딸 경희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나와 규장각에 근무했고, 막내 승희는 고려대학교 스페인과 재학 중이었는데, 자료의 결함과 보충에 두 자식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특히 규장각에 있는 양산 관련 자료는 이때 대부분 복사해 물금읍지 및 양산시지, 면지 등 여러 자료에 활용됐다. 1983년 1월 ‘물금면지’를 발간하겠다는 말의 씨앗은 14년이란 풍파를 겪고 1997년 12월 31일 출간됐다. 장수로 타 읍면지의 3배 분량이었으며 내용은 이에 따를 읍면군지가 없었다. 이후 물금읍지는 지역의 면지는 물론 군지 발간에 충실한 자료가 됐다.

    물금읍지 발간으로 역사서 정리 발간에 대해 눈을 뜬 정 위원은 양산의 역사에 대해 정비하겠다는 결심으로 1997년 양산향토사연구회를 결성, 본격적인 양산 역사 정립에 들어갔다. 정 위원이 그동안 편찬한 저서는 ‘반룡재지(盤龍齋誌)’(1994), ‘물금읍지(勿禁邑誌)’(1997), ‘양산동우(梁山同友)’(2001), ‘임경대소고(臨鏡臺小考)’(2003), ‘양산항일독립운동사(梁山抗日獨立運動史)’(2004), ‘양산사료총람(梁山史料總攬)’(제1집)(2006), ‘양산읍사(梁山邑史)’(2009), ‘6·25 전몰군경 전사록’(2009), ‘양산항일독립운동사(증보판)(梁山抗日獨立運動史)’(增補版)(2009), ‘양산초등학교 100년사’(2012), ‘양산충렬사지(梁山忠烈祠誌)’(2012), ‘와룡정지(臥龍亭誌)’(2014), ‘양산사료총람(梁山史料總攬)(제2집) 역대목민관의 활동’(2016) 등이다.

    ‘임경대소고’는 정 위원 자신이 자료 수집과 임경대 현장 주변, 낙동강변 경파대 등을 수십 회 답사를 하고 난 후 바윗돌, 길, 나무, 풀 한 포기에 애정을 담아 쓴 유적지 답사 정리서이다.

    ‘양산항일독립운동사’는 발간 등에 대한 찬반으로 시간을 끌다 거의 2년 이상을 신간회 연구, 불교계의 항일운동 등 자료 수십 권을 참고해 엮은 양산지역독립운동사이다.

    ‘양산사료총람’은 양산 역사 연구에 귀중한 자료이며 △양산군읍지 전(1786)은 규장각 도서번호 17439호로 보존돼 온, 양산에서는 볼 수 없는 군지로 귀한 사료이다. 특히 호구총수(戶口總數)(1789)는 조선시대의 전국 호구를 정리 기록한 책으로 정조 13년(1789) 호구총수에는 각 군 읍면 단위의 자연마을의 명칭과 읍면의 인구통계가 기록된 희귀자료로 지방사 연구에 좋은 사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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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금읍지’ 등 정진화 위원이 집필한 서적.



    지난해 발간한 양산사료총람(제2집) ‘역대목민관의 활동’은 한 지역을 다스리는 통치권자의 중요성도 중요하지만 시대의 통치이념이 다른, 즉 일군만민(一君萬民)에 기초한 유교적 민본주의의 조선시대와 민족말살정책으로 일관된 일제강점기, 자유 평등 정의의 실현을 표방한 대한민국 목민관들의 자세를 일관해 볼 수 있으며 한말 혼란기에 실종된 역대 군수 9명을 찾아 정리하고 역대 명군수들의 치적을 통해 양산시정 발전의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저자는 보고 있다.

    정 위원의 발표 논고는 ‘경남향토사논총’ 제14집(2004) 1930년대 양산농민조합투쟁, ‘경남향토사논총’ 제17집(2011) 황산역 마위답의 조사연구 발표, ‘양산문화(梁山文化)’ 황산역 마위답의 조사연구 발표(2011), ‘양산동우지’ 성황산성에 대한 고찰(2013) 등 15편에 이른다.

    그는 요즘 양산신도시가 건설된 배경 및 양산부산대학병원의 이전 과정, 양산보도연맹사건의 전말 등 양산의 근현대사를 올해 말에 양산향토사사료 제3집으로 출간하기 위해 자료 정리에 몰두하고 있다.

    그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양산문화유적 복원사업은 걸음마 단계에 있다”며 “만고 충신 박제상을 모신 효충사 확장과 보강사업, 삼장수 생가 복원 및 기념관 건립사업, 다방폐총사업, 황산역 복원사업 등은 민·관 및 전문기관의 충분한 검토 협의 후 조속·원만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은 1934년 양산시 어곡동 화룡리에서 태어나 양산농고를 나와 동아대 법정대학을 졸업하고 경찰공무원, 물금면장, 민선 제2·3기 양산농지개량조합장, 양산향토사 연구회 회장,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양산충렬사 건립자문위원장 및 충렬사지 편찬위원장 등을 역임했으며 지난 2007년 양산시민대상(문화분과)을 수상하기도 했다.

    글·사진=김석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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