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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자동차 산업의 위기- 이문재(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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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사에 기록된 굵직굵직한 전쟁을 되돌아 보면, 승패(勝敗)의 원인이 뚜렷하다. 물론 이미 결판이 나버린 사실에 비춰 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결말의 유형은 너무 비슷하다. 승리는 절제하고 스스로를 과신하지 않은 데서 얻어지고, 패배는 과욕(過慾)과 과신(過信)의 산물이라는 것. 유럽 정복에 나섰던 나폴레옹, 1·2차 세계대전의 독일,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 각기 다른 시간, 다른 장소, 다른 이유로 발발했지만 이들 전쟁들의 양상은 놀랍도록 닮아 있다. 일견 너무 간단해 전쟁의 엄청난 고통과 희생에 비하면 허무하기도, 또 싱겁기까지 하다. 이들 전쟁은 초기의 파죽지세, 그래서 생겨난 과욕과 과신, 이는 결국 오판(誤判)을 낳고, 종국에는 자멸하는 순서다.

    주목할 것은 자멸의 양상인데, 전쟁의 패인으로 공통적으로 꼽히는 게 전선(戰線)이 흩어지는 것이다. 전선을 한 곳에 집중하지 못하고, 이로 인해 전력이 분산돼 궤멸하게 됐다는 것이다. 나폴레옹과 독일이 소련을 포함한 동유럽으로 전선을 확장하면서 영국과 연합군들의 반격에 밀렸고, 일본도 곳곳을 전쟁터로 만드는 바람에 전력을 결집하지 못했다. 요즘 표현대로라면 선택과 집중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미다. 조그마한 승리에 총기(聰氣)가 흐트러져 오판을 하고, 감당의 범위를 넘어 판을 키우는 게 인간이다. 행운이 끝까지 따라주면 좋겠지만, 이를 용납하지 않는 게 역사이자 ‘정의’이기도 하다. 역사에 ‘만약’은 없지만, 이들이 초기의 승리에서 멈췄다면 지금의 세계지도는 또 어떻게 그려졌을까.

    한국 자동차 산업이 위기다.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산업은 내수·수출·생산이 모두 줄었다. 국내 판매량은 90만여 대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3.4% 줄었고, 수출은 전년 동기비 0.8% 줄어든 132만여 대를 기록했다. 최대 수출시장인 중국, 북미지역에서의 부진이 이유다. 내수·수출 부진으로 생산량은 전년 대비 1.5% 줄어든 216만여 대에 그쳤다. 자동차 산업은 국내 제조업의 13.6%, 고용의 11.8%, 수출의 13.4%를 담당하고 있다. 국내 5개 완성차 업체와 부품업체가 고용하고 있는 직원은 30만명, 간접 고용까지 포함하면 몇 곱절이다. 기간산업이 분명한데, 때문에 자동차 산업의 위기는 국가 경쟁력의 위기이기도 하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평균 임금은 세계 최고 수준이다. 2015년 말 기준 완성차 업체 5곳의 근로자 1인당 연봉은 9313만원으로 도요타(7961만원), 폭스바겐(7841만원)을 웃돈다. 반면 차 한 대를 만드는 시간은 평균이 26.8시간으로 도요타(24.1), 포드(21.3)에 비해 많다. 고임금 저효율이라는 얘기다. 또 한국차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12.2%)은 세계 1위다, 도요타는 7.8%. 경제학자들은 이 수치가 10%를 초과하면 ‘투자가치가 없다’고 판단한다. 악재는 또 있다. 연례행사가 돼버린 임금협상, 통상임금 이슈, 한미FTA 재협상까지. 어떻게 마무리될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기업들의 목을 바짝바짝 옥죄고 있다.

    앞서 나열한 수치들에는 한국 노사관계의 특수성이나 여러 요소들을 감안해야 하는 경우도 분명 있다. 그래도 쉼 없이 달려와 글로벌시장에서 싸우는 한국 자동차에게 현재의 상황은 너무 힘에 부쳐 보인다. 혹 전력을 과신하고 있거나 판을 잘못 읽은 것이라면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욕심을 내려놓아야 한다. 전선(戰線)이 흩어지면 곧 패배다.

    이문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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