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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에어컨 실외기 화재, 안전의식만 탓할 때가 아니다- 이진규(경남안전실천연합 상임이사)

  • 기사입력 : 2017-08-3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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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세먼지나 황사가 심해지면서 에어컨은 여름이 오기 전에 사용하는 가전기기가 됐다. 7~8월에 실외기 관련 화재가 가장 많이 나는 것으로 조사됐지만, 5월과 6월, 9월에도 각각 20건이 넘었다. 해가 갈수록 더위가 빠르게 찾아오고, 미세먼지나 황사 때문에 공기청정 목적으로 에어컨 사용이 4, 5월까지로 당겨진다면 실외기 관련 화재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에어컨 실외기 화재의 사례를 살펴보면, 실외기에서 발생한 열이 빠져나가기 어려운 형태로 설치돼 있는 경우에 실외기 과열로 화재가 발생한 경우도 있으며, 전기배선의 꺾임이나 오래된 전선의 갈라짐과 모터 과부하 등도 화재를 유발하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실외기 팬이 고장 난 상태에서 전원이 공급되면서 실외기 모터에 과부하가 발생해 불이 난 경우도 있다.

    에어컨을 지속적으로 가동해 과부하가 걸리는 것뿐만 아니라 쌓인 먼지, 쓰레기 등에 담뱃불이 옮겨 붙어 불이 나는 등 실외기 관련 화재 원인은 다양하다.

    에어컨 화재의 원인이 실외기 과열 아닌 전선 연결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데, 이것은 에어컨 화재 10건 중 8건이 전선 연결 부분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에어컨 제조사에서 기본 제공하는 실외기의 전선 길이는 최대 10m 정도인데, 이 길이를 초과해서 추가 연결해서 설치할 경우 결선 부위가 화재에 취약한 것으로 보인다.

    에어컨은 전기부하가 크기 때문에 연결배선을 이음매 없이 설치해야 하고, 불가피하게 중간에 연결할 경우 전선 연결 슬리브 등을 활용해 견고하게 설치해야 결선 부위의 접촉 불량을 통한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에어컨 연결배선의 결선 부위에서 발생하는 화재는 에어컨 제품 자체의 결함이 아닌 설치상의 하자로 보기 때문에 에어컨 제조회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에 어려움이 따를 수 있다. 제조사 소속 설치기사가 설치해야만 설치상의 불량을 책임진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임의로 업체를 선정해 설치하는 경우 설치상의 하자로 인한 피해 보상을 받기 어렵다.

    그러나 제조사는 ‘연결배선의 결선 시 주의’ 등 화재 위험성에 관한 경고와 제조물의 안전성 확보에 관한 설명을 좀 더 적극적으로 표시하고 소비자에게 알려야 한다. 또한 소비자 피해 구제를 위해 에어컨의 신규 또는 이전 설치 시 설치 업자의 정보가 들어간 스티커를 부착하도록 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에어컨과 같이 다량의 열이 발생하는 제품을 소비자인 시민들에게 주의만 요구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화재가 발생하면 관리와 책임까지 시민에게 떠넘기는 건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된다. 실외기 설치나 전기배선에 대한 기술적 판단은 시민의 몫이 아니라 전문기술을 가진 제조업체나 설치 업체의 몫이다. 또한 설치 법규 등의 준수 여부를 관리·감독하는 것은 소방당국이나 지자체의 책임이다.

    이진규 (경남안전실천연합 상임이사)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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