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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우륵과 베토벤- 전강준(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 기사입력 : 2017-08-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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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륵의 탄생지는 분분하다. 그만큼 말도, 연구도, 축제도, 일화도 많다.

    우륵은 가야금의 창시자이자 우리나라 3대 악성(樂聖·왕산악, 우륵, 박연)이라 일컫는다. 단지 그의 탄생지가 모호해 각 지자체마다 자기 지역 출신이라고 주장한다. 우륵은 가야국 사람으로 가야가 망하고 신라로 넘어가면서 그곳에서 음악활동을 이어갔다고 기록하고 있다. 우륵의 탄생지는 삼국사기에 인용된 ‘신라고기’에 가야국 ‘성열현(省熱縣)’ 사람으로 쓰여 있다 한다.

    그러므로 성열현이 어느 지역인가에 따라 그의 탄생지가 된다. 이 모호함 때문에 학자들마다 지명의 연구가 빈번히 이뤄지고, 관련 있는 지자체마다 그를 기리는 행사와 함께 우리 지역이 탄생지라며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우륵가야금축제, 우륵박물관, 우륵학술대회, 우륵추모제, 우륵공원 등이 그러하다.

    탄생지로서의 주장은 경남 의령, 거창, 충북 제천, 경북 고령, 거기에다 전설이 깃든 합천, 대구도 나오고 있다.

    의령은 부림면 신반리 지역이 옛 지명인 신이현과 기록에 나오는 성열현과 위치 등에서 맞아떨어진다는 점에서, 거창은 우륵이 작곡한 12곡 중 ‘거열(居烈)’이 당시 고지도상 거창군 가조면임을, 제천은 성열현은 청풍현의 옛 지명이라는 것 등으로, 고령은 성열현이 고령읍 쾌빈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어느 지역이건 확정된 학설은 없다. 단지 확정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우륵이 충주에 거주지를 마련, 가야금을 연주했던 곳이라 하는 충주의 탄금대만이 사실에 가깝에 접근하고 있다.

    우륵의 이 모호함은 재미있는 일화도 낳고 있다. 몇 년 전 한 지자체에서 우륵 탄생지를 주장하고 각종 사업을 하려 하자 그 지역 군의원이 제동을 건다.

    의회에서 우륵사업에 대한 삭감된 예산안이 다시 올라오자 언성이 높아졌고, 정회와 개회를 하는 과정에서 몸싸움까지 일어난다. 아마 그 예산으로 지역현안 사업에 쓰는 것이 타당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 의원의 요지였다.

    당시 모 의원과 행정 관계자 등이 주고받은 말은 기억상 이렇다.

    우륵 탄생지를 반대하는 모 의원은 행정 관계자에게 묻는다. “베토벤을 아느냐”, 행정 관계자는 말한다. “모른다”, 모 의원은 언성을 높이며 한마디한다. “몇백 년 전 베토벤도 모르면서 천여 년 전 우륵을 어떻게 알고 사업을 할 수 있느냐”며 반대하며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이 일이 있은 후 일정 기간 우륵사업은 한동안 잠잠하다 다시 우륵사업은 재개되고, 그 지역이 우륵 탄생지임을 여러 행사로 알리고 있다.

    우륵의 탄생지는 현재로서는 정확히 알 수 없다.

    ‘성열현’이 어느 지역이고, 우륵이 여기서 태어났다는 고문서가 하늘에서 뚝 떨어지거나, 땅에서 솟아나지 않는 한 탄생지를 추론할 뿐이다.

    향후 정확한 탄생지를 알아내는 것은 학자들의 몫이지만 모 의원의 말마따나 천여 년 전에 태어난 것을 알 수 없는 바에야 우륵이 고향이라고 주장하는 지자체나 그 행사에 눈감아 줘도 괜찮을 듯하다.

    의령군 부림면에서 우륵탄신 기념 전국가야금경연대회가 내달 열린다 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올라 하는 말이다.

    전강준 (부국장대우 사회2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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