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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인구절벽,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이춘우(경상대 불문학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08-3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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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용절벽부터, 임용절벽, 입학절벽 등 가히 절벽의 시대다. 취업 자체가 줄었을 뿐 아니라 질도 나쁘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8월 기준 우리나라 임금 노동자 중 32.8%인 644만4000명이 비정규직이다. 지난 11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전국교육대학생연합 주최로 ‘전국 교대생 총궐기’집회가 열렸다. 교대생들은 정부의 초등교사 선발인원 대폭 축소 계획에 항의하여 중장기 대책 마련과 교육 여건 개선을 요구했다. 정부의 교사 수급 정책 실패로 졸업을 앞둔 애먼 학생들이 날벼락을 맞을 처지다.

    임용절벽은 학령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드는 ‘입학절벽’이 현실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 여파는 초중고를 지나 대학을 강타할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2018년부터 대학 입학 정원이 대학 입학 자원보다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발생했다. 2023년이면 대학 진학 희망 학생수보다 대학 입학정원이 10만명 이상 초과하게 된다. 이 모든 절벽은 ‘인구절벽(Demographic Cliff)’과 연결되어 있다. 젊은이들이 안정된 직장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결혼을 미루거나 출산을 꺼리고, 출생자수가 감소하다 보니 학령 인구 감소로 입학절벽과 임용절벽이 도래한 것이다. 인구절벽이 시작되면 생산과 소비가 줄어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국가에서 적극적으로 대처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합계 출산율이 2.1명으로 유럽에서 가장 높은 출산율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정책은 우리에게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다. 프랑스는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을 개인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문제로 간주한다. 만 3세부터 대학까지 교육을 국가가 직접 담당한다. 우리의 유치원에 해당하는 ‘에콜 마테르넬(Ecole Maternelle·어머니처럼 보살펴주는 학교)에 ‘학교(Ecole)’라는 이름이 들어가 있는 것은 프랑스의 이러한 의지를 잘 보여준다. 우리나라도 초등학교 입학 전 아동의 교육을 전적으로 국가에서 담당한다면 가계의 육아 부담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대학개혁도 프랑스 모델을 참고할 만하다. 프랑스는 대학의 90% 이상이 국립이고 연간 학비는 25만원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대학입학도 바칼로레아만 통과하면 어떤 국립대든지 자유롭게 선택하여 진학할 수 있다. 서열화된 지금의 우리 대학 체제를 개혁하지 않고서는 공교육을 정상화할 수 없다. 공교육이 정상화되어 과다한 사교육비 부담이 없어져야 애를 맘 놓고 낳을 수 있을 것이다. 공교육을 전면 무상 교육으로 하고 공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한 과감한 투자가 잇따라야 한다. 프랑스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국립대학의 수를 늘리고 적극적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혼인문화도 바꿀 필요가 있다. 결혼 비용을 줄이기 위해 프랑스처럼 시청 결혼 제도를 도입하고, 동거를 합법화하는 것이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시청에서 시장이나 부시장의 주례로 간소하게 결혼식이 치러진다. 오래전부터 동거 문화가 정착된 프랑스에서는 혼외출산율이 50%를 넘는다. 우리나라의 혼외출산 비율은 1.9%에 불과하다. 정식으로 결혼한 프랑스인들 중 60% 정도가 결혼에 앞서 동거 경험을 가지고 있을 정도이다. 조스팽 총리 시절(1997~2002) 동거 커플에 대한 법적 권리를 강화해 이혼의 번거로움이 없는 동거가 선호되고 있다.

    또 하나, 저녁이 있는 삶을 만들어야 한다. 프랑스를 여행하다 보면 버스나 지하철, 도서관 등 공공 장소에서 졸거나 자는 사람을 보기 힘들다. 우리나라처럼 야근 문화가 없기에 밤에 충분히 수면을 취하기 때문이다. 프랑스 직장인들은 저녁 회식 문화도 없다. 퇴근 후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다가 일찍 잠자리에 든다. 부부관계가 좋아야 가정이 화목해지고 출산도 늘 것이다. 인구절벽 극복을 위한 다각적 노력이 절실한 때다.

    이춘우 (경상대 불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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