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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속으로] 환경운동가로 활동 중인 이인식 우포자연학교장

30년간 환경운동가로 활동… 우포늪 지키며 배웠죠, 자연과 더불어 더 잘사는 법

  • 기사입력 : 2017-08-31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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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환경운동은 주민들과 함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죠.”

    지난달 21일 창녕군 본초리의 우포자연학교. 흰머리에 더부룩한 흰수염을 한 이인식(64) 교장을 만났다. 친근한 할아버지 같은 인상을 풍기며 현재는 우포늪 인근에서 자연학교를 운영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환경운동가이다. 농산물집하장을 리모델링해 만든 우포자연학교는 외부에 별다른 간판도 없이 집하장 외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부를 들여다보면 약 660㎡ 면적에 환경서적 3000여 권이 빼곡히 전시돼 있다. 어디서든 편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독서자의 동선에 따라 책꽂이가 배열돼 있고, 강의할 공간과 영상을 상영할 수 있는 시설도 마련돼 있다. 학교 옆에는 야생동물을 위한 먹이터도 조성돼 있다. 학교는 돈을 크게 들여 리모델링한 흔적이 보이진 않지만 ‘있는 그대로 보존해야 한다’는 이 교장의 철학을 반영한 듯 집하장은 자연과 벗삼은 도서관이자 생태체험학습장으로 탈바꿈했다. 이곳은 누구에게든 체험 문의가 열려 있다.

    30년 가까이 환경운동에 몸담고 있는 그는 “나이 들어서도 환경운동을 계속할 수 있는 방법은 자연과 벗삼아 생활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이곳에 기거하며 늘 학생들을 기다린다는 그에게 환경운동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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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녕군 본초리 우포자연학교에서 이인식 교장이 환한 미소를 짓고 있다./성승건 기자/



    ▲늪의 가치 알리려 환경운동 뛰어들어

    창녕군 영산면 낙동강가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때부터 늪을 보고 자랐다고 했다. 지난 1977년 마산교육대를 졸업 후 10여년간 교직생활을 했지만 전교조 간부로 활동했다는 이유로 1989년 무렵 해직됐다. 그러다 지난 1991년께 터진 낙동강 페놀 오염사건은 그를 환경운동에 투신하게 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그는 당시 구성된 마산창원공해추방시민운동협의회에서 활동하며 지역사회의 페놀 피해 사례를 수집했다. 하지만 자료를 수집할수록 그에게 페놀 사태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가 다가왔다. ‘늪’이었다.

    이 교장은 “낙동강에 페놀 유출도 중대한 사건이지만 오염물질이 어떻게 상수원까지 바로 들어왔는지가 정말 궁금한 의문이었다”며 “늪이라는 정화기능이 사라졌다. 당시 습지 인근은 공장부지로 이용되거나 심지어 늪 곳곳이 쓰레기 매립장으로 쓰고 있을 만큼 늪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매우 부족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후 습지의 가치를 알리고 보전하는 데 평생을 걸기로 했다.

    환경운동가의 가장 큰 보람은 환경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정부 정책의 개선이다. 이 교장에게 지난 1996년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된 람사르 협약 총회는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그는 당시 마창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며 브리즈번을 찾았다. 거리 캠페인과 비디오 상영 등 우포늪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늪 관리에 대한 실상을 알렸다. 람사르 참가국인 우리나라 정부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고 이듬해 정부는 우포늪을 생태계 보전지역으로 지정했다.



    ▲따오기 복원 전도사

    이 교장은 지난 2008년부터 따오기복원추진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는 당시 따오기 복원을 경상남도에 제안했다. 이 교장은 “희귀조류 연구가인 고 김수일 조류학자가 돌아가시기 전에 멸종된 새들을 복원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자주 얘기했다”며 “당시 황새는 충남 교원대에서 복원하고 있었다. 우리나라가 람사르 총회도 앞두고 있었고 우리 우포늪에는 상징적으로도 따오기가 적합할 것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창녕군수와 도지사를 만나 설득했고, 경남도는 2008년 람사르 개최를 앞두고 중국을 통해 따오기를 들여왔다.

    이 교장은 “따오기복원은 창녕군에 서식지 조성이 최종 목표이다”며 “따오기가 먹이서식처에서 노닐고 있는 모습을 본다면 추진위원장을 내려놓을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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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포자연학교 내부.



    ▲환경운동은 주민과 더불어 가야 하는 것

    이 교장이 환경운동을 하면서 가장 힘든 점은 ‘지역주민은 외면한 채 환경만 보전하자는 것이냐’라는 비판이다. 환경보전은 늘 개발과 보전이라는 가치가 양립하기 마련이다. 그는 “환경운동을 하면서 ‘어떻게 하면 환경도 보전하고 지역 주민들의 소득도 증대될 수 있을까’를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에 답이 있다고 했다. 이 교장은 “환경보전을 통해 주민들과 지속가능한 발전이 가능하다”며 “지역 주민이 주체가 돼 프로그램을 개발하도록 환경단체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전통지식의 현대화를 강조했다. 예컨대 우포늪에서 주로 나는 물밤과 수초 등을 이용한 음식과 약재 등 전통 먹거리를 되살리자는 것이다. 이 교장은 “우포늪에서 나는 재료를 이용해 과거 마을 주민들이 배고플 때 먹었던 음식들로 새로운 레시피로 만들 수 있다”며 “마을에서 이어 내려오는 조리법과 문헌 등을 보면 천연 죽과 위암치료제 등 개발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단체나 관계기관에서 주도하는 우포늪에 대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주민들이 주체적으로 하도록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교장은 “마을사람들 스스로 동네의 자연유산과 문화유산을 직접 활용할 수 있도록 그런 방법들에 대한 지원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며 “마을의 브랜드를 높이는 것이 환경과 주민들이 더불어 사는 것이다”고 말했다.

    인터뷰가 끝날 무렵 이 교장은 학교 인근의 우포늪을 바라보며 말했다. “우포늪에 따오기가 날아다닌다고 생각해보세요. 따오기가 사는 창녕군에서 생산되는 쌀값이 올라가지 않겠어요. 환경이 살아야 농업 브랜드도 올라가는 것입니다.”

    김용훈 기자 yhkim@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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