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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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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청렴의 꽃- 이강섭(함안예총 회장)

  • 기사입력 : 2017-09-0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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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이 참 어수선하고 혼탁하다. 한동안 비선실세의 이야기로 국민들을 우울하게 하더니, 지금은 가진 자들의 갑질 행태에 세상이 떠들썩하다.

    인간사회는 복잡다단해 갑과 을의 관계가 늘 존재하기 마련이다. 이러한 관계를 매끄럽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각자의 위치에 걸맞은 인성과 맑고 깨끗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있다. 작은 잘못을 쉽게 넘어가다 보면 습관이 되어 잘못을 잘못인 줄 모르게 되고,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막지 못하는 우를 범하게 된다.

    춘추전국시대 노나라에 복불제라는 관리가 작은 고을의 원님으로 재직할 때 이웃나라 군사들이 쳐들어왔다. 성문 밖에는 수확기에 접어든 곡식들이 가득했고, 곡식이 아까운 백성들이 복불제를 찾아가 간언했다.

    “들판에 다 익은 곡식을 버리고 성문을 닫는 것은 너무나 아까운 일입니다. 적에게 곡식을 넘겨줄 바에는 우리들이 아무 논에서나 수확해 올 수 있도록 허용해 주십시오.”

    그러나 복불제는 일언지하에 이를 거절했다. 이후 전쟁이 끝나자 백성들의 상소에 의해 왕에게 불려가 심문을 받게 된 복불제는 이렇게 답변했다고 한다.

    “일 년 동안 지은 곡식을 적군에게 넘겨준 것은 아까운 일입니다. 그러나 곡식은 차후에 찾을 가능성이라도 있지만, 급하다고 남의 곡식을 베어 먹도록 허용하여 버릇이 되면 10년이 지나도 고칠 수 없는 크나큰 우환이 될 것입니다.”

    왕이 그의 깊은 뜻에 감복해 후일 중용하였다는 일화가 전해져오고 있다.

    무릇 법이란 지켜지지 않으면 사회나 조직을 혼란에 빠뜨리게 한다. 작은 청탁과 향응을 받고도 탈 없이 넘어가게 되면 별다른 죄책감 없이 상습적으로 부패에 빠지게 되어 있다. 즉 인사치레로 당연하게 받아들이면서 죄에 대한 감각이 무뎌진다. 그만큼 사람의 습관은 무서운 것이다.

    아무리 작은 청탁이나 향응이라도 처음에 단호히 배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렇다고 각박하게 살라는 것은 아니다. 상대방을 이해하고 배려하는 것이 진정한 청렴이다.

    내가 아닌 너의 입장에서 일을 처리하는 역지사지의 자세야말로 청렴의 기반 위에 피어나는 한 송이 꽃이다.

    이 강 섭

    함안예총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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