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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보물들- 최노석(창원시관광진흥위원장)

  • 기사입력 : 2017-09-0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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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의 나라 얘기로 시작하려니, 괜히 조금은 쑥스럽다.

    미국의 서부개척시대 얘기이다. 당시 미지의 땅, 서부에 금과 석유가 묻혀 있다는 소문을 듣고 많은 사람들이 서부로 몰려들었다.

    어디에 있는지 막연했지만, 사람들은 새로운 보물을 찾아 꿈을 안고 달려갔다. 더러는 소문대로 금광이나 석유를 발견하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실패의 쓴맛을 봤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소문대로 서부가 꿈의 땅이었다는 점이다. 그 꿈이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다.

    미국의 서부뿐 아니다. 우리에게도 그런 새로운 땅은 있다. 단지, 아직까지 그것을 찾아내어 보석으로 만들지 못했을 뿐이다. 그러나 매의 눈으로 살피다 보면, 의외의 노다지가 바로 우리 곁에 있음을 알게 된다. 대구 약령시 주변의 근대문화골목이 바로 그런 곳이다.

    원래 그 주변에는 계산성당과 동산선교사주택 그리고 3·1만세운동길 등이 산재돼 있었다. 그러나 아무도 그것을 실에 꿰어 보석으로 만들 생각을 갖지 않았다. 그러다가 지난 2001년 대구 YMCA에서 활동하던 대학생 10여명이 주변 골목에 대한 대구 문화지도를 만들다 보니, 골목들을 연결하면 뭔가 얘깃거리가 될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지금 매년 100만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대구근대문화골목은 이렇게 세상에 알려졌다. ‘골목문화해설사’라는 전에 없던 사람들이 이곳을 방문하는 관광객들에게 대구를 알리기 시작해 지난 2012년에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한국관광의 별’을 수상하면서 대구의 대표관광지로 우뚝 섰다.

    고성 공룡화석도 한 사람의 관심으로부터 이제는 고성을 대표하는 관광지가 된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지난 1980년 경북대학교의 양승령 교수가 그 일대를 답사하다 넓은 바위 위에 형태가 비슷한 물웅덩이들이 수없이 있는 것을 목격했다.

    이를 이상하게 생각해 조사를 한 끝에 그것이 1억~1억 2천만 년 전에 한반도 남녘에 살던 공룡들의 발자국임을 확인했다. 마침 그 부근에 상족암이란 상다리처럼 생긴 바위가 있어 그 일대는 학생들의 소풍지로 이미 알려져 있었다.

    그럼에도 양 교수가 의심을 품기 전에는 누구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랬더라면 지금도 그곳은 여전히 어린이들의 소풍장소로 남아있을 것이다. 고성군은 그 작은 지역을 관광지로 만들었고 현재 고성을 대표하는 공룡엑스포행사가 열리면서 국내외의 많은 관광객을 불러 모으고 있다.

    이렇게 조금만 관심을 가지면 새로운 관광콘텐츠를 발굴하는 일은 크게 어렵지 않을 수도 있다. 이미 존재하고 있으면서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곳 중에 ‘진해 근대역사길’로 이름 붙여도 전혀 손색없을 새 관광콘텐츠가 우리 곁에 존재하고 있다.

    일본 강점기에 지은 뾰족집, 장개석 총통과 이승만 대통령이 만두를 함께 먹은 영해로, 김구 선생 친필휘호로 쓴 비석 등 무수한 근대유산들을 말한다. 이렇게 흩어져 있는 것만 모아도 대구근대골목보다 더 나은 관광콘텐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지난 2011년 진해군항마을 역사관이 설립되면서 얼굴을 내밀었지만, 최근 들어 창원시정연구소와 창원시가 관심을 가짐으로써 곧 골목투어가 선을 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2018 창원방문의 해를 앞두고 관광콘텐츠 부족에 시달리는 창원시로서도 큰 원군을 만나게 될 것이다.

    거기에다 발굴되지 않은 해군관광자원까지 모은다면 창원시는 관광도시로서도 독특한 위상을 얻게 될 것이 확실하다. 우리가 모르는 우리의 보물들이 지금도 우리의 관심을 기다리고 있다.

    최노석 (창원시관광진흥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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