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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6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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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문맹(文盲)의 벽- 이상근(통영상공회의소 회장)

  • 기사입력 : 2017-09-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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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에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우리 동네 할머니 한 분은 동네에서 대장 역할을 하셨다. 집안 대소사나 동네일에 경우가 바르고 영리하게 처신하는 모습이 동네 사람들에게는 선망과 때로는 시샘을 받기도 했었다.

    그런데 할머니는 평생을 글을 모른 채 살아오셨다. 나도 할머니가 문맹자라는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겉보기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한평생을 문맹의 벽 속에 갇혀 얼마나 답답하고 때로는 자존심에 상처받으면서 사셨을까 싶어 새삼 마음이 애잔해진다.

    우리나라가 선진국 중에서도 문맹률이 높다는 것이 놀랍다. 문맹은 치매의 발병 요인과 관련이 깊다. 국내 전체 치매환자 발생의 16%가 문맹에 기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최근 성인 문맹자들도 글자를 배우면 뇌의 구조가 원천적으로 변화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문맹 퇴치를 통해서 치매를 예방할 수도 있는 희망이 생겼다.

    각 지자체에서는 찾아가는 문해교실을 운영하고 있다. 비문해, 저학력 실버세대에게 제2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교육 백년대계의 희망 찬 평생교육 프로그램이다. 문해교실 운영은 글을 모르고 살아온 노인들에게는 또 다른 세상과의 만남이다. 얼굴에 활기가 넘치고 열심히 글자를 읽고 쓰고 하는 모습이 천생 어린아이들 같다.

    지금 곳곳에 학교가 비어 가고 학급, 학생 수가 줄고 있다. 이러한 농촌의 학교시설을 잘 활용해서 이분들을 위한 정규 학력인정 교육과정을 개설해 나가야 한다. 지자체는 기존 문해 교육과정 전반을 내실 있게 정비하고 더 나아가 학력인정 과정을 제도적으로 확대, 정착시켜야 한다.

    이 시책이 잘 운영만 된다면 국가는 국민에게 의무교육의 수혜를 보상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으며, 제3의 국민 병 치매 예방에도 희망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또한 갈수록 공동화되어 가는 농촌과 농촌학교에 남녀노소가 공존하는 아름답고 활기찬 교육공동체의 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이상근 (통영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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