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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습기살균제, 살충제계란, 생리대… 다음은?- 이철호(터직업환경의학센터 대표원장)

  • 기사입력 : 2017-09-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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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성의 필수품인 생리대에서 유해화학물질이 검출됐다는 조사보고가 국민들을 다시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최근 가습기살균제, 살충제계란 사건 등이 발생하면서, 생활 속 화학물질이 건강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이미 경험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그 어느 때보다도 높다.

    가습기의 세균 번식을 방지할 목적으로 첨가하는 가습기 살균제(PHMG, 폴리헥사메틸렌 구아디닌)가 사람의 폐에 섬유화를 유발하는 독성물질이었고, 계란의 생산을 위해 기르는 닭들의 깃털에 서식하는 해충을 제거하기 위하여 사용한 살충제는 사람의 간과 신장에 손상을 주는 물질(피프로닐)이었다. 가습기의 살균제가 세균 번식을 방지하는 기능이 있지만, 사람에게 어떤 건강영향이 있는지 몰랐으며, 완전식품으로 알려진 계란에 살충제 성분이 들어있는지조차 국민들은 모르고 있었다. 그리고 지난 3월 모 시민단체와 대학 연구진이 진행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시험’에서 생리대 10여 종에서 휘발성 유기화합물질(VOC)이 다량 검출되었고, 이 중에는 발암물질인 벤젠 등을 포함한 22종의 화학물질들이 포함됐다고 했다. 생리대는 모든 여성이 10대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오랜 기간 사용하는 여성의 필수품이다. 따라서 생리대에 포함되었을 것으로 의심되는 유해화학물질 노출로 인한 건강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 그동안 많은 여성들이 생리대 사용과 관련한 건강문제를 호소하였으나, 정부는 검출된 물질에 대한 기준치도 없었으며, 이러한 문제점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로 일관했을 뿐이다.

    아기 젖병의 비스페놀A, 장난감의 납, 지하철의 석면 등등 과거에도 무수히 많은 생활 속 독성물질의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제기되었지만, 잠깐의 관심을 끈 이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일반 국민의 관심에서 벗어났다.

    가습기 살균제의 문제는 살균제 성분의 독성을 잘 알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살균제에 노출되고 질병이 발생하는 기간이 비교적 짧아서 독성물질의 노출과 질병의 인과관계를 밝히는 과정이 명확한 경우임에도 불구하고 그 인과관계를 가리는 데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다. 생활 속 독성물질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부족이나 관련 정부 부처의 미온적인 대응방식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살충제 계란의 문제는 이미 그 독성이 알려진 화학물질인 피프로닐에 감염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그 오염 가능성에 대한 대비가 없었으며, 급성 독성의 영향만을 감안하여 1~2세 영유아는 하루 24개, 어른은 126개를 먹어도 위험하지 않다는 성급한 발표를 했다. 아직 연구되지 않은 만성 독성효과에 대한 가능성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인 것이다.

    생활 속의 독성물질을 국민 개개인이 조심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라, 국가적인 관리체계를 준비해야만 그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생활 속 화학물질의 노출에 대한 통합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다.

    생활 속의 독성물질의 노출 가능성에 대한 체계적인 정리는 필수적이다. 앞에서 열거한 물질 이외에도 다양한 독성물질에 노출될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유해화학물질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인체에 유입돼 건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나, 현재 유해화학물질 관리는 정부의 부처별로 분산되어 있다. 이러한 관리체계로는 유해물질 노출에 대한 예방적 관리뿐만 아니라 사후 대응도 어렵다는 사실을 우리는 충분히 경험했다. 화학물질의 생산과 유통에서부터, 이를 이용한 제품의 생산과 유통단계에 이르는 생활 속 화학물질의 전 주기를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모든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통합적 화학물질 관리체계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이철호 (터직업환경의학센터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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