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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8) 알제공림(謁祭孔林) - 공자의 묘소를 방문해 제사를 드리다

허권수의 한자로 보는 세상

  • 기사입력 : 2017-09-0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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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남신문사에서 주관하는 중국문화탐방팀 40명을 인솔해 산동성의 성도인 제남(濟南), 공자(孔子)의 유적지가 있는 곡부(曲阜), 태산(泰山), 왕희지(王羲之)의 고향인 임기(臨沂) 등지를 다녀왔다.

    참가자들 대부분 중국문화를 공부해 이미 상당한 조예를 가지고 있었다. 전현직의 공직자, 교수, 교장, 교사, 언론인, 서예가, 기업가, 회계사, 세무사, 은행원 등등 다양했다. 그 가운데는 필자의 실재서당(實齋書堂)에서 같이 한문 공부를 하는 분들도 여럿 있었다. 중국전문가 창원대학교 겸직교수 이래호(李來浩) 박사, 중국에 정통한 경남신문사 부설 경남투어 허승도(許承道) 사장이 동행해 친절하게 안내해 주었다.

    형제 부부가 같이 온 분, 아버지를 모시고 온 딸, 부부가 온 분, 업체 대표가 사원과 같이 온 분, 친구와 같이 온 분 등 관계도 인정미 넘치는 관계였다. 참가자들의 공통점은 중국에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여행을 좋아한다는 점이었다.

    이번 여행에서 핵심은 유교문화의 성지(聖地)라 할 수 있는 곡부였다. 곡부에는 공자의 사당인 공묘(孔廟), 공자의 종가라 할 수 있는 공부(孔府), 공자의 묘소인 공림(孔林)이 있다.

    조선시대 중국에 갈 수 있는 사람은 사신 일행뿐이었는데, 그것도 오직 북경(北京)만 갈 수 있었으니, 곡부에 간다는 것은 상상도 못했다.

    1992년 한중수교 이후 많은 한국 사람들이 곡부를 방문했다. 그러나 대부분은 그냥 관광 차원에서 구경만 하고 지나갔다.

    9월 2일 오전 11시 공자 묘소에서 우리 일행은 엄숙하고 경건하게 고유제(告由祭)를 올렸다. 정옥영(鄭玉永) 선비가 한문 홀기(笏記 : 제례 절차)를 부르고, 안수중(安守中) 선비가 찬창(贊唱)을 맡아 우리말로 해설했다.

    초헌관은 김종선(金鍾善) 선비, 아헌관은 진영업(陳永業) 선비, 종헌관은 문재철(文載哲) 선비, 축관은 허종철(許鍾鐵) 선비, 알자(謁者)는 문영동(文映東) 선비, 찬인(贊引)은 이현호(李絃浩) 선비, 사준(司尊)은 강대오(姜大梧) 선비, 좌집사(左執事)는 이용섭(李龍燮) 선비, 우집사(右執事)는 김준섭(金俊燮) 선비 등이 맡았고, 옷을 갖추어 오지 못한 일행들도 제관으로 분방(分榜)에 이름을 올렸다.

    관광하던 중국인들이나 외국인들이 발길을 멈추고 제례를 참관하며, 촬영하기에 바빴다. 동방예의지국의 전통예법을 전 세계에 알리게 돼 자긍심을 느꼈다.

    단순히 구경하러 가는 자세로 여행을 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주체가 되어 대상과 관계를 맺어 일체가 되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는 것이다. 이번 중국문화탐방은 그런 면에서 대단히 성공적이었다고 자평을 해 본다.

    *謁 : 뵈올 알. * 祭 : 제사 제.

    * 孔 : 구멍 공, 성(姓) 공.

    *林 : 수풀 림, 성인의 묘소.

    동방한학연구소장

    ※소통마당에 실린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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