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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여름을 기억하면서…- 김진현(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 기사입력 : 2017-09-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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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보. 긴 팔 옷 없소.”ㅤ“허들스럽기는…” “아니다. 아침에는 쌀랑하다.”

    더위 많이 타는 난 이번 여름이 참 힘들었다. 마마 호환 호랑이에 곶감보다 난 열대야가 더 무섭다. 언제나 7월 달력이 보일 때쯤이면 난 9월을 그리워한다. 분명 지난주까지 에어컨 틀지 않으면 견디기가 힘들었는데. 이놈의 간사한 몸은 서늘해지니 기분이 좋단다. 참으로 절기는 속이지 못하나 보다.

    내일이 백로(白露)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는 처서(處暑)와 추분(秋分) 사이에 있는 24절기의 하나로 양력 9월 9일 무렵, 대개는 음력 8월에 들며 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하는 시기라고 되어 있다. 천문학적으로는 태양이 황경 165도를 통과할 때란다. 하얀 이슬이라는 뜻으로 이때쯤이면 밤에 기온이 이슬점 이하로 내려가 풀잎이나 물체에 이슬이 맺히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예쁜 이름의 절기 백로.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며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졌던 시인 이덕무는 가을을 하얀 이슬(白露)로 표현했다. 한 편 감상하자. ‘하얀 이슬 산들바람 가을을 보내주자 /발 밖의 물과 하늘 창망한 가을일레 /앞산 잎새 지고 매미소리 멀어 /막대 끌고 나와 보니 곳마다 가을일레.’

    백로는 주로 농사와 관련돼 있다. 일반적으로 백로는 음력 8월인데 음력 7월에 벌써 백로가 들었다면 이는 절기가 일찍 진행된다는 뜻이란다. 아직 이삭이 안 피었다면 그 나락은 못 먹는다니 또 농사가 걱정이다.

    지난여름 그렇게 힘들었는데, 여하튼 가을이 온다. 힘든 여름을 보내며 많은 계획들을 세웠을 게다. 개인이나 지자체나 내년엔 어찌 해야겠다는 걱정과 함께 내년에는 그러지 말자는 계획을 세웠을 게다. 통영시와 고성군에서는 이번 여름 가뭄에 곡식이 말라 들어가고 섬에는 식수가 모자라 제한 급수도 했다. 뜨거운 바닷물로 인해 물고기가 떼죽음을 당했다. 냉방기의 과다 사용으로 정전이 되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밭에서 일하던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기도 했다.

    에어컨 없이는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나를 괴롭히던 그 잔인했던 여름이 그렇게 갔다. 가을이 지나면 겨울이 오고 그럼 또 나이 한 살 더 먹이는 봄이 올게다.

    올가을 우린 많은 일을 해야 한다. 겨울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조류인플루엔자(AI) 대비도 해야 한다. 불쑥불쑥 찾아와 괴롭히는 구제역도 걱정이다. 더위만큼이나 어르신들을 힘들게 하는 혹독한 추위도 근심거리. 지난해 겨울 난방비가 부족해 추위에 떠는 이들을 보며 지자체는 큰 걱정을 했다. 그리고 내년에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도움을 주자는 각오를 했었다. 올해도 그 각오가 매년 해오던 각오로 변하지 않았으면 한다. 생각만 하는 행정은 거짓 행정이기 때문이다. 내년 여름이 오기 전 저수지 물을 어떻게 채울지, 육상 양식장에 끌어다 쓰는 바닷물의 온도를 낮출 수 있도록 어떻게 시설을 보완할지, 생각하고 대비하자. 무더운 여름엔 그대로 있다가 여름 다 지날 무렵 유동인구 많은 곳에 그늘막 친다고 부산을 떨지 말고. 가뭄도 덜하고 물고기 폐사도 덜할 내년 여름을 기대하며 지금부터 잘 준비해 보자. 그게 미래 행정이며 친시민 행정일 테니 말이다.

    경남의 섬 지역에서는 백로에 비가 오면 십리 천석을 늘린다는 말이 전해진단다. 백로에 비가 오면 대풍이 들기 때문이란다. 내일 비가 오면 정말 좋겠다.

    김진현 (통영고성본부장·이사 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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