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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정치와 조폭- 김용훈 사회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09-0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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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 정치와 조폭을 소재로 한 내용이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예컨대 정치 권력자는 음지의 일을 처리하기 위해 조폭을 동원하고 조폭은 그 권력을 이용해 세력을 넓히고 각종 이권을 챙긴다.

    ▼일제강점기 때 주먹들은 주로 소상인 등을 두고 이권싸움을 벌였다. 대표적인 예가 조선주먹과 야쿠자의 대립이다. 그러다 광복 후 6·25를 지나면서 조폭들은 정치와 본격적으로 결탁하게 된다. 정치싸움에 조폭이 기생하는 이른바 정치깡패다. 이승만의 자유당 정권 당시에는 정치깡패의 기승이 절정에 달했다. 박정희 정권 때는 군부를 동원해 정치깡패를 소탕하기도 했다. 하지만 다시 1970년대 전후로 경제 성장과 더불어 조폭은 전국구로 세력을 확장시키게 되고 80년대에도 이들은 정치싸움에 동원되곤 했다. 대표적인 예가 1987년의 통일민주당 창당 방해 사건, 일명 용팔이 사건이다.

    ▼조폭이 늘 정치권에 협조하고 기생했던 것은 아니다. 정치권은 문제가 생기면 이들의 꼬리를 자르거나 버렸고, 정권을 잡으면 사회 정의를 세우겠다며 이들을 소탕하기도 했다. 이런 사례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세계의 근현대사에도 종종 나타난다. 이탈리아의 베니토 무솔리니는 정권을 잡은 후 시칠리아의 마피아를 군대까지 동원해 쓸어버렸다. 우리나라는 노태우 정권 때 범죄와의 전쟁 이후 전국구 조폭은 붕괴되다시피 했다. 이들은 이후 정치 세력을 등에 업기보다는 음지로 숨어 자생하며 지역의 이권개입 등에 보다 은밀화되고 지능화되기 시작했다.

    ▼최근 거제에는 한 60대 조폭 출신이 권민호 거제시장으로부터 사주를 받았다는 주장을 제기해 지역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권 시장은 성명서를 통해 사실무근이라며 무고죄 등으로 고소할 것이라고 밝혔다. 2명의 전현직 정치인도 이 60대를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누구 말이 사실인지는 경찰 수사를 지켜봐야 하겠지만, 제발 이런 소재는 영화에서만 보면 안 될까.

    김용훈 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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