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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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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산칼럼] 독서하는 마음- 신정혜(남해마늘연구소 총괄연구실장)

  • 기사입력 : 2017-09-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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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낮에는 내리쬐는 햇빛에, 밤에는 열대야에 힘들어했던 것이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9월이 되니 저녁에는 찬바람이 나고, 들판에는 벼들이 서서히 익어가면서 가을을 느끼게 해 준다.

    가을과 연관된 대표적인 단어 중 하나가 ‘독서’라는 생각이 든다. 날씨도 시원해지면서 책 읽기가 좋아지고, 곡식과 열매가 익어 가듯 우리의 정서도 무르익게 하는 독서는 가을과 잘 어울려 가을을 독서의 계절이라고 했다.

    그런데 최근에는 스마트폰에 밀려 독서하는 사람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었던 시절에는 지하철이나 버스만 타도 책을 읽거나 신문을 보고 있는 사람들이 쉽게 눈에 띄었으나 이제는 책 대신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사람이 더 많으며, 책도 종이에 활자가 인쇄된 책보다는 전자책을 보는 사람들이 더 쉽게 보인다.

    2016년에 발표된 국민독서 실태 조사에 따르면 1년간 1권 이상의 일반도서(교과서, 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종이책)를 읽은 사람의 비율은 성인 65.3%, 학생 94.9%였다.

    성인의 연평균 독서량은 9.1권인데 독서자 기준으로 평균 독서량은 오히려 더 늘어 독서하는 사람은 감소했지만 책을 읽는 사람의 독서량은 더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의 일반도서 연평균 독서량은 29.8권인데, 성인들의 평균 독서 시간이 23분인데 반해 학생들은 45분으로 약 2배 정도 더 많이 독서를 한다. 공부할 분량도 많은 학생들은 바쁜 틈을 쪼개어 책을 읽지만 성인이 되면 바쁘다는 핑계와 다른 활동을 많이 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해서, 마음의 여유가 없어서라는 이유로 책을 멀리하게 된다.

    핑계를 조금 더 갖다 붙이자면 지식과 정보의 순환 속도가 더 빨라지면서 과거처럼 일일이 책이나 신문을 읽어 정보나 지식을 얻기보다는 실시간으로 생성된 정보를 반영하는 인터넷 포털들이 우리에게 너무 친근해서 독서는 그야말로 시간을 내야만 가능하게 된 이유도 있다.

    과거와 비교하면 책을 읽기에는 더 유리한 환경이 됐다. 우리 주변에는 도서관이 더 많아져 경제적 부담 없이도 원하는 책들을 충분히 읽을 수 있게 됐다. 국공립 도서관, 작은 도서관 및 학교 도서관까지 모두 합친 전국의 도서관 수는 2015년을 기준으로 1만8575개관이다. 이 중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작은 도서관은 2013년 4686개 관이던 것이 2015년에는 5595개 관으로 수가 늘어가고 있어(도서관 통계) 대단지 아파트에만 해도 도서관이 운영되고 있다.

    또 다양한 분야의 책들이 매년 쏟아져 나오고 있는데, 출판 통계에 따르면 1년에 발행되는 책의 수는 2014년을 기준으로 약 4만7000종에 달한다. 한 달에 1권 책을 읽는다고 가정하면 연간 출간되는 책의 0.03% 정도만 읽게 되는 것이다.

    많은 도서관과 책이 있는 환경에서 우리는 이것들에게 얼마나 관심을 주고 있는가 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1941년 뉴욕에서 100권이 발간돼 현재는 전 세계에 50권뿐이고 국내 단 한 권뿐인 희귀서적인 ‘song of arirang(아리랑)’ 초판본을 고서적 박물관에서 훔쳐 달아난 50대가 경찰에 붙잡혔는데, 절도의 이유가 가난했던 유학 시절 후반부를 읽지 못했던 책이라 보는 순간 소중히 읽고 싶다는 욕심이 생겨 일을 저질렀다고 했다.

    미국의 리더십 전문가 골드 스미스는 ‘좋은 책을 처음 읽을 때는 새로운 벗을 얻은 것과 같고, 오래된 책을 다시 꺼내어 읽을 때는 옛 친구를 만나는 것과 같다’고 했는데, 박물관에서 책을 훔친 이는 옛 친구를 만난 반가움이 너무 커 잠시 이성을 잃었지만 책 읽는 즐거움은 잠시나마 충분히 느꼈을 것 같다.

    올가을에는 책 몇 권과 더불어 새로운 벗도 얻고, 마음에도 차곡차곡 양식을 쌓는 여유를 찾아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신 정 혜

    남해마늘연구소 총괄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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