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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명망가보다 지역에 뼈 묻을 지역 정치인을- 이상규(정치부장)

  • 기사입력 : 2017-09-0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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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사람들은 서울 외 지역에서 사는 사람들은 모두 ‘시골 사람’으로 부른다. 그 사람이 광역시인 부산이나 대구, 광주 출신이어도 촌놈이다. 서울에서 볼 때 경남의 수부도시인 창원과 서부경남 함양, 산청이 큰 차이가 없다. 밀양이 경남인지 경북인지도 잘 구분하지도 못한다. 그냥 몽땅 지방이다.

    대한민국은 서울공화국이다. 지역분권을 주창하기 위해 지난 2014년 지역발전 협의체가 내세운 통계는 이를 입증한다.

    ‘국토의 12%, 이 좁은 수도권에 대한민국의 모든 것이 몰려 있습니다. 인구 50%, 100대 기업 본사 95%, 전국 20대 대학 80%, 의료기관 50%, 공공청사 80%, 정부투자기관 89%, 예금 70%.’

    ‘지방은 식민지다’의 저자인 강준만 교수는 식민지의 가장 큰 특징은 차별과 종속이라고 지적한다. 이에 따라 지방은 정치, 경제, 문화가 모두 서울에 예속되어 있다.

    강 교수는 대안으로 첫째, 내부식민지의 발판인 교육의 해결책은 교육 분산이라며 서울 소재 대학을 지방으로 분산시키고, 한국의 핵심 권력층을 양산하는 SKY대학의 정원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둘째로, 정치·행정의 사유화를 중단하고 제대로 된 지방자치를 실시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만들자고 조언한다.

    세 번째로, 지방언론의 살 길과 엘리트의 역할을 강조하고, 마지막으로 내부식민지의 책임을 중앙에만 묻지 않고 오히려 지방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에 더 비중을 둔다.

    내년 제7대 전국동시 지방선거가 10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지역의 일꾼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은 벌써부터 주민들의 마음을 잡기 위해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다. 각 정당에서도 참신하고 경쟁력 있는 인물을 영입하기 위해 힘을 기울이고 있다.

    그런데 지난 1991년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치러진 지방선거를 되돌아보면 우려되는 점이 있다. 이번에도 이른바 서울에서 오랜 기간 높은 지위를 누리다 어느 날 갑자기 내려온 사람들이 유력 정당의 공천을 받아 지역의 대표자가 되는 일이 또 반복되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이들은 대개 지역 정치인에 비해 화려한 스펙과 경력을 자랑한다. 이들이 행정·입법·사법부 등 각 분야에서 높은 지위에 오르기까지 쌓은 전문성이 있고 식견이 높을 수 있다. 그러나 서울의 낙하산 인사가 지역 단체장이 되었다고 해서 특별히 그 지역이 나아졌다는 걸 느낄 수 없었다.

    ‘굽은 나무가 선산을 지킨다’는 말처럼 부모 곁에 사는 아들딸이 한 번이라도 더 부모를 챙긴다. 지역을 가장 잘 알고 지역민들과 희로애락을 같이하고 지역에 뼈를 묻을 사람은 결국 지역 정치인이다.

    내년 지방선거에선 지역에서 오래 봉사하고 활동한 지역 정치인들이 많이 당선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또 이참에 지역대표가 되려면 선거 전 최소 1~2년은 지역에서 사는 것을 법제화하는 방안도 추진해 볼 만하다.

    강 교수는 지방이 식민지라는 현실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식민지 의식’이라고 했다. 지방 사람들 스스로 고질적 열등감과 자기 비하에 빠져 있다는 말이다. 지역민 스스로 지역출신을 낮춰 보는 인식도 이번 선거를 통해 조금 개선되었으면 한다.

    이 상 규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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