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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칼럼] 삶은 은유- 박종순(아동문학가)

  • 기사입력 : 2017-09-0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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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들이 마법 같은 것을 좋아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권력관계로 인한 갖은 스트레스에 부딪힐 때면 일종의 마법과 같은 일이 일어나기를 바라는 심리, 그것은 이 메마르고 이상한 세상에서도 지치지 않고 긍정적인 길을 찾을 수 있는 상상력의 힘을 믿기 때문일 게다. 그 상상력은 세상과 인간의 삶을 은유하게 되고, 긍정적인 은유는 사람의 마음을 풍성하고 다채롭게 해준다.

    은유의 힘을 보여주는 영화 한 편으로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 한다. 칠레의 민중시인 파블로 네루다가 이탈리아 망명생활 중에 만난 우편배달부와의 우정과 사랑을 그린 영화 ‘일 포스티노(Il Postino)’가 그것이다. 우편배달부 마리오는 시인 네루다를 만나 ‘은유’에 대해 배움으로써 삶이 바뀌게 되고 자신을 사랑하게 된다. 그는 첫눈에 반한 베아트리체의 미소를 나비의 날갯짓으로, 은빛 파도로 은유할 수 있게 되며, 섬 곳곳을 돌며 작은 파도, 큰 파도, 절벽의 바람소리, 나뭇가지에 부는 바람소리, 아버지의 서글픈 그물소리, 신부님이 치는 교회 종소리,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아들의 심장소리 등을 녹음하면서 섬의 아름다움을 은유하게 된다. 네루다는 떠났지만 시와 은유로 번진 마리오의 삶은 사랑과 정치를 일깨워줄 만큼 풍요로워졌으며, 그는 자신의 신념과 의지가 확고해진 사람이 되었다. 그만큼 은유는 그의 삶의 일부이며 전부가 되었던 것이다.

    ‘내 마음은 호수’, ‘인생은 나그네길’, ‘시간은 돈’과 같이 우리가 생활에서 사용하는 은유는 너무 많아서 은유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사는 세상이다. 인지언어학자인 조지 레이코프와 마크 존슨은 그들의 저서 ‘삶으로서의 은유(Metaphors We Live By)’에서 문학적 비유법인 은유가 인간의 일상에 깊이 확산돼 있다는 사실을 규명한 바 있다. 은유는 익숙하지 않은 것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드는 것으로, 어떤 현실의 대상에 다른 면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줌으로써 그 본질에 다가가게 하고 있다.

    그런데 레이코프는 “논쟁은 전쟁”이라고 은유했는데, 또 어느 학자는 논쟁을 하나의 ‘춤’으로 이해하자고 제안한 적이 있다. 논쟁을 전쟁처럼 승자와 패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것이 아니라 상생하는 관점들이 공존하는 춤으로, 협업하는 파트너로 은유하자는 것이다. 이처럼 은유는 기존의 틀을 깨고 다른 틀을 찾고, 거기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하는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는 순간 마음속에서는 그 은유를 자신의 문제와 연결하려 하고 그 과정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얻곤 한다. 활력을 가져오는 은유는 이렇게 우리의 삶을 긍정으로 이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은유로 어떤 삶을 살 것인가. 우리가 은유의 혜택을 제대로 누리기 위해서는 은연중에 우리 몸에 배어 있는 부정적인 은유를 찾아내어 긍정적인 은유로 바꾸어 향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자신의 인생을 ‘스스로 고립된 섬’으로 은유하는 것보다 ‘뜻밖에 받게 되는 선물’, 또는 ‘여행’과 같이 은유할 수 있다면 긍정적인 기대와 설렘을 갖게 되어 삶은 더욱 재미있어지지 않을까. 또한 상상력의 내적 지평을 무한으로 확장하는 은유의 힘은 어떤 문제에 부딪혔을 때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도 한다. 인간의 삶 자체가 은유인 것이다.

    박종순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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