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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벌초-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7-09-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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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초철이다. 필자 집안은 10여년 전만 해도 당내(堂內) 조직인 8촌까지 모여 벌초를 했다. 백숙부, 종백숙부, 재종백숙부에 사촌, 재종, 삼종 형제까지 어마어마한 ‘대군’이었다. 어른들의 지휘에 따라 조(組)를 이뤄 이 골짝, 저 골짝으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벌초를 마치면 한곳에 모여 대형 천막 그늘 아래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시골에 계신 어머니가 점심을 준비하느라 애를 쓰셨다. 어른들은 매년 촌수와 서열을 정리해주셨고, 집안의 화목을 강조하셨다.

    ▼지금은 재종간에 벌초를 하는 날이 많아졌다. 부산에서 한밤중에 출발해 이른 새벽에 고성에 도착하던 삼종형들도 정성이 예전같지 않다. 재종백숙부 어른들이 한 분 두 분 돌아가시면서 납골당에 모시거나 부산 가까운 공원묘지에 모신 탓이다. 고향에 있는 자신들의 조부모 묘소 정도만 돌보면서 이도 벌초 대행에 맡기겠다는 말을 여러 차례 했다. 점심도 각자 읍내 식당서 해결하는 편이다. 자연히 윗대 벌초는 가까이 있는 우리 형제와 사촌들이 도맡게 됐다.

    ▼벌초는 일가친척이 한자리에 모여 조상을 기리고 자신의 뿌리를 생각하는 자리다. 하지만 지금은 어느 집안 할 것 없이 벌초 고민이 많다. 자녀는 줄어들고, 사는 곳이 제각각이니 벌초할 사람도 없다. 연로한 어른들은 이만저만 걱정이 아니다. 후손 부담을 줄이려 아예 묘를 한 곳으로 모으고 화장도 크게 늘었다. 부득이 남의 손을 빌려도 이제는 흉이 아니다. 버리는 묘에 비하면 차라리 낫다.

    ▼율곡 이이는 성학집요(聖學輯要)에서 효도의 핵심은 정성껏 봉양하고 사랑으로 공경하는 것이라 했다. 아침 저녁 문안인사는 피상이고, 부모님이 말씀을 하지 않아도 미리 아는 것이 핵심이라 했다. 그는 피상적인 것이 쉽다고 소홀히 하거나 핵심적인 것이 어렵다고 그만두어서는 안 된다고 주문했다. 내 몸과 가정이 이 정도인 것도 조상님 은덕이라 생각하면 기쁜 마음으로 할 수 있다. 조상님 뵈러 가는 길이 자꾸 사라져 가는 세태다.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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