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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근로자, 이방인에서 동반자로- 배은희(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장)

  • 기사입력 : 2017-09-1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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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필자와 함께 근무하는 동료가 베트남을 다녀왔는데, 거짓말 조금 더해 국빈 대접을 받고 왔다고 했다. 사연인즉슨 이 동료는 매주 일요일 사천시에서 운영하는 외국인근로자지원센터에서 한국어 교사로 5년간 자원봉사 중인데, 한국어 수업에서 사제지간으로 인연을 맺은 학생들이 본국으로 돌아가서는 고향으로 선생님을 초대해서 다녀왔다는 것이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온 동네 사람들이 정성을 다해 한국에서 온 젊은 선생님을 존경의 마음으로 대접했다고 하니, 부럽기도 하고 같은 직원으로서 뿌듯해지기까지 했다.

    우리나라는 불과 1960~70년대만 해도 세계에서 손꼽히는 인력 송출 국가 중 하나였다. 멀게는 파독 간호사와 광부에서부터 중동의 건설 근로자,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고 미국으로 떠난 우리 형제자매들까지, 모두가 성공을 꿈꾸고 이역만리의 외로움을 곱씹으며 어려움을 이겨냈던 시절이 있었다. 다양한 사연만큼이나 많은 그들의 노력과 경험은 우리 경제성장에 큰 밑거름이 됐다.

    필자가 근무하는 산업단지에는 베트남 근로자 외에도 여러 국가에서 온 외국인 근로자를 쉽게 볼 수 있다. 한강의 기적이 대변하는 우리 경제의 급격한 성장은 우리나라를 불과 몇십 년 만에 인력 송출국에서 수입국으로 바꿔 놓았다. 특히 제조업 분야의 외국인 근로자 유입은 1980년대 고도 성장기를 거쳐 3D 업종의 국내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기업의 요청에 따라 시작됐으며, 그 수도 급격히 증가했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 제도는 1993년 산업연수생 제도를 처음으로 시작됐다. 이후 연수생들의 불법체류 확산, 인력 송출 비리 등의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 수차례 개정 과정을 거쳐 2007년 외국인 고용허가제로 통합돼 시행되고 있다. 외국인 고용허가제는 우리나라가 인력을 파견하는 16개국과 협약을 맺고 내국인을 고용하지 못해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외국인 근로자가 취업할 수 있도록 고용을 허가해 주고 있다. 한국고용정보원 자료에 의하면 2017년 현재 고용허가제를 통해 국내에서 일하고 있는 근로자는 약 21만명에 달하고 경남지역에도 7000개가 넘는 기업에서 약 2만7000명이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일부에서는 외국인 근로자 때문에 국내 인력이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그러나 2015년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소기업 제조업 생산직군에 ‘내국인 지원자가 없어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응답한 업체가 60%가 넘는다고 조사됐다. 외국인 근로자가 늘어나 실업률이 높아진 것보다는 일자리 미스매칭으로 부족한 노동시장을 외국인 근로자가 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2030년까지 당분간은 경제활동 가능인구가 7만 이상이 남아돌지만, 2030년이 지나면 오히려 3만명 이상 부족하다는 전망이 일반적이다.

    늘어나는 외국인 근로자 수만큼이나 이들이 우리 경제에 기여하는 바도 커지고 있다. 산업단지 내 많은 중소기업은 외국인 근로자 없이는 공장을 돌리지 못한다는 기업들이 많다. 특히 도금, 열처리, 주물 등 뿌리 산업 중소기업에서는 이들의 역할이 더욱 절대적이다. 어렵고 힘든 분야에서 제조업의 밑바탕을 든든하게 지키고 있는 셈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단일 민족국가라고 하는데, 역사를 보면 그렇지도 않다. 단군은 북방 이주민이라고 하고 가까운 김해 가락국의 김수로왕 아내는 인도 공주였다. 오래전부터 우리는 다양한 민족들과 함께 살아왔고 그들에게 선하고 후하게 대했다는 기록들이 많다. 외국인 거주자 200만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외국인 근로자는 더는 이방인이 아니라 같은 사회를 만들어 가는 동반자라는 인식변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타향에서 맞는 추석 명절,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우리 사회의 따뜻한 배려가 필요한 이유이다.

    배은희 (한국산업단지공단 경남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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