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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공직자와 골프- 김재익(남해하동본부장·국장)

  • 기사입력 : 2017-09-1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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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직자와 골프. 정치인이나 공직자들의 골프 문제는 잊을 만하면 나오는 이슈 중의 하나이다. 골프라는 스포츠는 세월이 흐르면서 대중화가 어느 정도 이뤄졌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회원제 골프장이 줄어 들고 퍼블릭 골프장이 많이 생겨나는 추세는 골퍼들이 골프장으로 향하는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또한 정보기술(IT) 강국답게 전국 수천 곳에서 운영 중인 스크린골프는 골프 인구의 저변 확대에 적잖이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에서 골프를 취미로 하려면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은 것도 사실이다.

    골프에 대한 국민들의 생각은 어떤가. 골프 대중화가 진행되는 만큼 과거에 비해 반감도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는 미국 여자프로골프 대회인 LPGA에서 우리 선수들의 활약이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월 28일 올해 LPGA에 진출한 루키인 박성현 선수가 캐나다여자오픈에서 우승하면서 우리나라 선수가 5주 연속 LPGA 우승이라는 쾌거를 국민들에게 전했다. 그들의 활약은 국위 선양, 외화 획득이라는 상투적인 수식어 외에 상당수 국민들에게 골프라는 운동을 친밀하게 만들었다.

    국민들에게 친숙해지고 있는 골프를 정치인이나 공직자와 연결시킨다면 문제는 또 달라진다. 정치인이나 공직자가 테니스나 배드민턴을 쳤다고 해서 문제가 된 적은 없다. 골프가 정치인이나 공직자와 만나면 유독 ‘밉상 운동’이 된다. 골프라는 운동이 문제이기보다는 항상 논란의 핵심은 골프를 어느 때, 누구와 쳤느냐이다.

    이해찬 전 국무총리는 대표적으로 때를 구분하지 못하고 골프를 친 케이스다. 노무현 정부 시절 실세 총리인 그는 포천 군부대 군인 14명 사망사건, 식목일 산불 등 국가적인 사건사고 때마다 골프를 쳐 구설에 오르다가 당시 철도파업 첫날에도 골프장으로 향해 결국 총리직에서 낙마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의 골프 사랑은 익히 알려져 있다. 그는 경남지사 재임 시절 미국 출장 중에 골프를 친 사실이 알려져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골프를 치는 때가 적절치 못한 경우들이다.

    하동 지역에서는 군의회 의장과 하동군 간부공무원이 건설업체 대표, 지역 조합장 등과 함께 모두 17명이 지난주 3박4일 일정으로 중국 골프여행을 다녀왔다. 하동 지역 인사들이 주축인 H골프동호회의 해외골프 나들이였다. 이 H동호회는 오래전 결성 당시에 비해 회원이 늘어나 현재 28명이라고 한다. 나름 지역의 유력 인사들이다. 이번 여행에는 하동군에 납품하는 업체 대표도 포함됐다. 공직자가 골프를 누구와 치느냐를 생각해볼 부분이다.

    공직자들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골프에 대한 눈치를 봐야 했다. 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골프에 관대한 반면 김영삼 전 대통령은 골프를 사치라며 ‘금지령’을 내렸으나 김대중 정부 이후에는 공직자들의 골프가 서서히 완화됐다. 문재인 대통령 역시 지난 7월 미국 방문 당시 특파원과의 간담회에서 공직자들이 골프를 쳐도 괜찮다는 인식을 확실하게 밝힌 바 있다.

    공직자가 골프를 치는 사실이 이젠 문제될 것은 전혀 없다. 그러나 사람이 하는 모든 일은 적절한 때가 있는 법이다. 여기에 더해 공직자가 골프를 누구와 하느냐는 더욱 중요한 문제이다. ‘참외 밭에서 신발 끈을 고쳐매지 말라’는 옛말을 음미하면 공직자들의 골프에 대한 해답이 보인다.

    김재익 (남해하동본부장·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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