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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11월 18일 (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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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울리는 여행 사기 (상) 피해 실태

제휴여행사 믿고 계약, 신혼 단꿈 깼다
대부분 박람회·결혼사이트 이용
웨딩업체, 검증없이 여행사 선정

  • 기사입력 : 2017-09-15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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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남을 비롯해 부산과 울산에서 해외 신혼여행을 전문으로 하는 한 여행사 대표가 현금을 갖고 잠적하면서 신혼부부와 예비부부 등 160여 쌍이 피해를 입었다. 피해자 다수는 웨딩박람회와 결혼준비사이트를 통해 해당 여행사를 소개받았다가 날벼락을 맞았다. 여행업계는 웨딩박람회 주최 측의 ‘깜깜이’ 업체 선정과 허니문 전문 여행사의 열악한 수익구조가 맞물린 ‘예고된 사고’라고 지적하고 있다. 두 차례에 걸쳐 피해 실태와 피해 대책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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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대표가 잠적한 여행사 창원지점에 영업 중단 안내문이 붙어 있다./독자 제공/

    부산시 부산진구 부전동에 본점을 두고 창원과 울산에 각각 지점을 둔 모 여행사 대표 A(45)씨는 ‘현금으로 여행상품 대금을 지불하면 특가로 계약할 수 있다’고 속여 현금 결제를 유도해 돈을 챙기는 수법 등으로 160쌍 이상의 신혼부부로부터 수억원을 가로채 지난주 4일 라오스로 출국,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14일 경찰과 피해자들에 따르면 피해금액은 쌍당 최소 90만원에서 최대 4300만원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힘을 모아 변호사를 선임하는 등 공동대응하고 있지만, 평생에 한 번뿐인 결혼과 신혼여행을 앞두고 금전적·정신적인 큰 상처를 입었다.

    피해자 대부분이 경남과 부산지역의 유명 웨딩박람회에 참여했거나 ‘결혼준비사이트’와 제휴한 해당 여행사를 믿고 계약을 했다가 이 같은 낭패를 당했다.

    오는 11월 결혼 예정인 윤모(29)씨는 “결혼 준비를 한자리에서 하려고 지난 6월 말 창원에서 열린 웨딩박람회를 찾았다가 이 여행사와 상담 후 계약했다”며 “우리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피해자가 웨딩박람회와 결혼준비사이트 측에서 연결해준 이 여행사를 신뢰하고 계약을 한 것이라 충격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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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해자들은 현재 해당 결혼준비사이트가 다른 여행사를 연결해주는 것에 대해서도 “어떻게 믿을 수 있겠느냐”며 발끈하고 있다.

    이번 사고와 관련해 여행업계 관계자들은 “허니문 전문 여행사의 고의 부도”라면서 “웨딩박람회의 구조적 문제 탓이 크다”고 지적했다.

    창원의 한 여행사 관계자는 “박람회를 주최하는 웨딩업체가 가전, 혼수, 여행 업체 등을 소위 ‘끼고 하는’ 과정에서 특히 여행사를 제대로 검증하지 않는다”며 “박람회에 통상 1~2개 여행사가 참여하는데, 이 여행사들이 신뢰할 만한 곳인지 확인은커녕 업체와의 친분이 작용하거나 자기들과 더 유리한 계약 조건을 충족시키는지가 더 우선시된다”고 말했다.

    박람회를 여는 웨딩업체의 소위 ‘갑질’과 소규모 여행사의 열악한 수익 구조도 사고를 부채질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원의 또 다른 여행사 관계자는 “보통 300만원 상당의 신혼여행 상품을 여행사가 판매할 경우 이익금이 80만원 정도 되는데, 박람회에 참여할 경우에는 주최·주관 측과 웨딩업체에 각각 수수료를 주고 나면 건당 30만원도 손에 넣기 힘들다”며 “이런 이유로 ‘현금 결제 시 특가로 판매한다’고 유도해 최대한 많은 사람을 한 번에 끌어모은 뒤 현금을 들고 범죄인 인도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동남아 지역으로 달아나는 ‘고의 부도’가 종종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실제 올해 3월 창원 지역의 한 신혼여행 전문 여행사도 웨딩박람회에 참여해 모객을 한 뒤 현금을 유도해 계약을 체결하는 같은 수법으로 상품 대금 3억원가량을 가로채 해외로 달아났다. 당시 피해자만 80여 쌍에 달한다.

    경남지역 여행업계에서는 웨딩박람회 한 번을 통해 여행사가 벌어들이는 수익을 3억~4억원 규모로 추산하고 있다. 평소 큰 수익을 벌어들이기 어려운 소규모 허니문 전문 여행사가 웨딩박람회를 통해 한 번에 거액을 벌어들인 뒤 잠적하는 고의 부도 사고가 1년에 두 차례 정도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관광협회 관계자는 “이번에 예비부부들에게 큰 피해를 입힌 해당 여행사는 관광협회에 가입한 업체가 아니어서 협회 차원에서 피해자 구제를 해줄 부분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도영진 기자 dororo@k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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