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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SNS의 씁쓸함- 이문재 경제부장

  • 기사입력 : 2017-09-1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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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냥 애들끼리 일이겠지’라며 덤덤하게 지나치고 싶었는데, 결국 마주하고 말았다. 첫 느낌은 참담함, 이후로는 낭패감과 분노가 뒤죽박죽되고 말았다. 꽤나 오랜 시간 마음을 다스려야 했다. 그냥 귀로만 들었을 때는 그나마 좀 나았다. 누구나 거쳐 왔고, 가끔 목격했던 그런 모습에서 조금 심했거니 싶었다. 특히나 여리고 어린 여중생들인데, 잘못됐으면 얼마나 엉망이 됐을까. 하지만 사진을 보는 순간, 나의 상상이 얼마나 순진하고, 낭만적이었는지 단박에 들통났다.

    ▼아내가 보여준 휴대전화의 사진은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부산 여중생 보복폭행사건의 피해자 모습이었다. 폭행 직후 병원에 입원한 피해자를 찍은 거란다. 피해자 어머니가 하도 기가 막히고 억울해 지인에게 알렸고, 이 지인이 또 그의 지인에게 사진을 전달한 모양이다. 아내의 휴대전화 사진은 피해자 어머니의 것에서 2~3단계 거쳐 오게 된 셈이고, 기자는 3~4단계만에 해당 사건의 목격자가 된 것이다.

    ▼‘케빈 베이컨의 6단계 법칙’은 여섯 명만 거치면 누구나 전 세계 모든 사람들과 인연이 다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에 이 법칙을 적용하면 친구 3.57명을 거치면 5단계에서 지구상 모든 인류와 아는 사이가 된다고 한다. 100명을 알고 있고, 이들 각각이 100명씩 안다면 2단계만에 1만명과 아는 사이가 된다는 식이다. 흔히들 처음 만난 사람도 몇 다리를 거치면 전혀 무관한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종종 일아챘듯이.

    ▼불교에서 인드라망은 도리천 세계의 하늘을 뒤덮은 그물을 지칭하는 것이다. 그물코마다 구슬이 달려있어, 서로가 서로를 비추면서 결국에는 온 세계가 하나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인연으로 해석될 수 있는데,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든 연결돼 있고 또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 초고속 인터넷과 SNS가 발달된 요즘 비밀이란 게 존재하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 보고 싶지, 들키고 싶지 않아도 결국 ‘딱’ 걸리게 된다. 매 시간,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야 할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세상이 됐다.

    이문재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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