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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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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고성읍 오일장- 이상근(통영상공회의소 회장)

  • 기사입력 : 2017-09-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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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 전 외지에 있는 지인들과 구 시장 한 식당에서 식사를 했는데 제철 전어회에다 구이, 호박 썰어 넣고 끓인 갈치국 맛이 일품이었다. 무엇보다도 제철음식을 쉽게 맛볼 수 있어 매력이다.

    어수룩해 보이면서도 고즈넉한 골목 풍경과 손바닥만 한 하늘에서 큼직한 별들이 송송 떠 있는 것을 보고 ‘아 이게 구 시장의 맛이고 멋이구나’ 하고 느껴졌다. 또한 오일장이 서는 장날이면 새 시장은 또 다른 별천지다. 난장 맛이 나면서도 서로가 묘하게 어우러져 유통과 구매가 이루어지는 것을 보면 이것이 바로 재래시장, 오일장의 매력이 아닌가 생각된다.

    고성읍 장은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뻔질나게 드나들었던 추억의 장소이면서 소통의 골목이었다. 평소엔 돈이 없어 보였던 아버지도 장날이 되면 부자로 보여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시장 난전에 널브러진 풍성한 엿가락이나 과자 더미, 노란 기름이 둥둥 떠는 구수한 돼지국밥을 사주면서 자기는 막걸리 한 사발 들이켜고 주인이 건네주는 안주도 사양하시면서 손가락으로 소금을 찍어 안주 대신 하시던 모습이 철없는 내 눈에는 멋이 있어 보였다. 그토록 고성읍 장은 아버지에게는 유일한 소통의 골목이었고, 사랑과 낭만의 장소였던 것 같다.

    고성읍 오일장은 전국에서도 유명했다. 한때 인구가 18만명 이상 시절엔 해지는 것이 아쉬울 정도였다고 한다. 보통 다른 지역의 오일장에 비해서 장이 제일 일찍 서서 늦게 지는 장이었다. 그만큼 고성읍 오일장은 장꾼들의 활동시간이 길어서 전국에서 장꾼이 많이 모여드는 유명한 장이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 못하다. 지역민들은 그 옛날 만천 사람들이 이곳에 와서 먹고 마시고 사가는, 향수와 낭만과 사랑이 있는 고성읍 오일장의 영광을 되살리기를 원한다. 현대화 사업, 재래시장 살리기 사업 등 많은 노력과 투자를 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역부족이다. 재래시장의 묘미는 있는 그대로를 잘 살려주는 데 있다고 본다. 진정으로 시장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만 있다면 큰돈 안 들이고 얼마든지 예스러우면서도 아름답고 멋있고 정이 가는 시장으로 만들 수 있을 텐데 말이다.

    이상근 (통영상공회의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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