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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 관전평 -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7-09-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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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경호 도지사 권한대행이 지난 17일로 취임 한 달을 맞았다. 1주일 만에 홍준표 전 지사를 ‘적폐’로 규정한 진보단체와 자리를 같이했다. 이어 이들의 요구에 따라 ‘불통(不通)의 상징’으로 지목된 도청 정문 앞 대형화분을 철거했다. 얼마 전에는 무상급식을 촉구했던 교사들에 대한 도의 고발을 취하했다. 한 대행과 마주한 시민단체 대표들이 활짝 웃고 있는 사진을 보면서 격세지감을 느낀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이들은 도청 입구에서 청경들에게 저지당했을 것이다. 무더위가 가신 것처럼 일단 신선하다.

    한 대행은 전임 지사 정책의 공과를 따져 도정을 이끌겠다는 소신을 밝혔다. 홍준표 도정의 연속성보다 허물은 버리거나 바꾸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소통을 강조한 일련의 행보를 봐도 전임 지사와 차별화된 자신의 철학을 보여준 것이다. 이를 놓고 한쪽에서는 ‘정치적 행보’라며 딴지를 건다. 자유한국당 도의원들은 전임 지사의 성과를 부정하면 도의회와의 관계가 틀어질 수 있다고 불만을 표출한다. 나아가 출자·출연기관장을 교체하면 안 된다, 권한대행은 개선장군이 아닌 정치적 중립 의무를 지닌 공무원으로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억지로 도지사 보궐선거를 무산시킨 정당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할 얘기는 아닌 것 같다.

    한 대행은 한때 내년 진주시장 출마 예정자로 거론됐다. 그의 처신을 놓고 정치적 해석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그는 내년 지방선거에 나가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한 대행에게 사실상 ‘가만히 있으라’는 주문은 도민의 분출하는 요구를 듣지 말라는 소리와 마찬가지다. 홍 지사 4년간 갈등과 잡음이 많았고 이를 치유해야 하는 과제가 있다. 거의 1년이라는 권한대행 기간을 뭉그적거리고 보내기엔 너무 길다.

    홍준표 도정의 흔적을 지우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선출직이 아닌 권한대행의 직무와 역할은 제한적이다. 또 홍 전 지사가 대선에서 실패했지만, 107명의 국회의원을 거느린 제1야당의 대표다. 도내 국회의원 대다수, 도의원 절대 다수가 그의 영향력 아래 있는 한국당 소속이다. 출자·출연기관장은 그의 측근들이다. 도청 공무원들은 어차피 내년 선출직 도지사에 관심이 쏠려 있을 터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전임 지사의 잔재를 청산하는 것은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자칫 도의회나 야당 국회의원의 집중 견제를 받을 수 있다.

    한 대행은 진주에서 대학을 나왔고, 고시 출신에다 총리실 행정자치과장, 지방자치발전기획단 지방분권국장을 지냈다. 경남도 기획관, 사천부시장을 역임하는 등 중앙과 지방의 요직을 두루 거쳤다. 이제 그의 능력을 보여줘야 한다. 대화는 누구나 할 수 있다. 소통의 마지막 단계는 문제 해결이다. 도청 정문은 노동단체, 농민단체는 물론 장애인 단체 등 각종 민원이 몰려드는 곳이다. 문제 해결이 안 되면 농성장소가 되기 일쑤였다. 아마 이번 가을에도 쌀값 보장을 요구하며 농민단체의 나락적재투쟁이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자체가 해결하기 어려운 과제가 많다. 화분 없앤 자리는 널찍해서 천막 몇 동은 칠 수 있겠다. 예전처럼 각종 농성이 이어지면 화분으로 틀어막는 ‘홍준표 스타일’이 차라리 낫다는 소리가 나올 수 있다. 보여주기식 소통은 하지 말라는 얘기다. 역량을 발휘해 도정을 잘 이끌면 정통관료에서 ‘정치인 한경호’로 성공할 수도 있다.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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