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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통(通) 건배사-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

  • 기사입력 : 2017-09-21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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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당화’- 해가 갈수록 당당하고 화려하게, ‘우아미’- 우아하고 아름다운 미래를 위하여, ‘지화자’- 지금부터 화합하자, ‘사우나’-사랑과 우정을 나누자. 직원 회식 등 여러 사람이 모인 술자리에 가면 다양한 건배사들이 오간다. 간혹 당혹스러운 건배 제의로 곤혹을 겪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리더들이 재미있는 건배사를 찾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거나 공부를 하기도 한다.

    ▼진나라 ‘여씨춘추’편을 보면 재환공, 관중, 포숙, 영척이 술을 마시던 중 환공이 포숙에게 “술잔을 들고 축원해 보십시오”라고 제안하자 포숙은 “왕은 거나라에서의 망명생활을 잊지 않게 하시고, 관중은 노나라에 묶였던 일을, 영척은 소를 먹이며 비천하게 살았던 지난 일을 잊지 말게 해달라”고 축원했다. 어려웠던 과거를 거론하며 모두가 그 사실을 잊지 말고 뼛속 깊이 새길 것을 포숙은 기원한 것이다. 어찌 보면 술자리를 깨는 이야기일 것이다. 하지만 환공은 흔쾌히 포숙의 충정을 받아들이며 감사의 절을 했다.

    ▼‘백 마리 양의 껍질이 한 마리 여우의 겨드랑이 털만 못하다’는 진나라 6경 중의 한 사람인 조간자가 직언을 하는 신하가 없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했던 말이다. 뛰어난 군주는 비록 따끔할지언정 신하들의 직언을 구하며 충언을 받아들이지만, 망국의 군주는 그 반대로 스스로 자신을 지혜롭다고 여기고 교만해 신하들의 직언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는 오늘날의 현실과 비교해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만큼 한 나라, 한 회사를 책임지고 있는 리더에게는 겸손한 마음과 직언을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사람들은 돈과 명예, 권력을 갖게 되면 어려웠던 시절을 까맣게 잊고 거만해져서 함부로 사람들을 대하는 일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래서 ‘개구리 올챙이 시절 모른다’는 격언이 있는 것이다. 포숙의 축원은 분명 술자리에서 술맛 떨어지는 소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장소와 분위기에 따라서는 한 번씩 마음을 가다듬을 수 있는,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을 수 있는 건배사도 필요하다.

    이준희 문화체육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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