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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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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81) 제20화 상류사회 31

“그동안 행복했어요”

  • 기사입력 : 2017-09-2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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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경숙은 과일주스를 한 모금 마셨다.

    “잘 몰라요. 사채업자라는 이야기만 들었어요.”

    “전에 만난 적 있어요?”

    “오늘 처음이에요.”

    “윤사월씨가 왜 서경숙씨를 만나고 싶어 했는지 모르겠네요.”

    진영숙도 천천히 과일주스를 마셨다. 그것은 서경숙이 더 궁금한 일이었다.

    “참치 좋아해요?”

    “좋아해요.”

    “사케는요?”

    “좋아하죠.”

    진영숙이 기분 좋다는 듯이 웃었다. 주스를 마시고 참치전문집으로 갔다. 건물 내부가 화려한 것으로 보아 유명인사들이 출입하는 곳 같았다. 참치를 안주로 사케를 마시기 시작했다. 진영숙은 술을 마시면서도 여러 사람과 통화를 했다. 어딘지 모르게 산만해 보였다. 진영숙은 상류사회에서 사는 여자답게 화려한 삶을 살고 있었다. 그녀가 움직일 때는 운전기사와 경호원, 그리고 비서까지 따라다녔다.

    서경숙은 운전기사 최명수가 있었으나 화려하지 않았다.

    “내일 떠납니다. 전화 한번 주세요.”

    진영숙과 술을 마시는데 이준석에게서 문자가 왔다.

    “10시쯤에 전화할게.”

    서경숙은 짤막하게 답신을 보냈다. 진영숙 앞에서 이준석과 통화를 하고 싶지 않았다. 진영숙은 취기가 오르자 반말조로 이야기를 했다. 이야기는 산만하고 눈빛이 게슴츠레해졌다. 술자리는 9시가 조금 넘어 마쳤다.

    진영숙과 헤어지자 곧바로 이준석을 만나러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이준석은 호프집에 앉아 있었다.

    “미안해. 오래 기다렸어?”

    “아니요. 호프 두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웠어요.”

    이준석이 천천히 호프를 마셨다. 호프 두 잔을 마실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서경숙도 천천히 호프를 마셨다. 한국을 떠나기 전날 밤이라 그런지 그의 눈이 우수에 젖어 있었다. 그와 함께 지낸 여러 날들이 머릿속으로 지나갔다.

    “그동안 행복했어요.”

    이준석이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서경숙을 응시했다.

    “나도 정말 행복했어.”

    서경숙은 이준석의 손을 잡았다. 그의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전해져 오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동안 둘이서 많은 사랑을 나누었다. 나이 차이가 많아서 두렵기도 했고 그가 더욱 사랑스럽기도 했다.

    이준석과 밤 12시에 헤어졌다. 그가 떠나기 전에 좀 더 깊은 사랑을 나누지 않은 것은 미련을 남기지 않기 위해서였다. 서경숙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는 새벽에 떠날 예정이었다. 결국 엎치락뒤치락하다가 그가 탑승할 시간이 지난 뒤에야 잠이 들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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