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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는 불운에서 비롯되기도 한다- 김상군(변호사)

  • 기사입력 : 2017-09-2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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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2월생이라 친구들보다 한 살 어리다. 중고교 시절 성장기에 또래들보다 한 살 적으니 항상 앞줄에 서는 편이었다.

    왜소한 체구는 체육시간에 가장 불편했다. 중학교 때 110m 장애물 달리기가 실기시험 종목이었다. 장애물 높이가 가슴팍에 오다보니, 10개의 장애물을 넘는 동안 정말 10번을 넘어졌다. 나는 내심 열 번을 거듭 넘어지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완주하면, 선생님이 감동을 먹고 적절한 점수를 주지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체육선생님은 가차 없이 낙제점을 부여했다. 개인의 체력과 성장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무자비한 결정에 ‘세상은 어쨌거나 결과를 내는 사람을 우대한다.’는 세상의 비정함을 인생 처음으로 느꼈었다.

    요즈음 세상은 성과주의나 능력주의를 선호한다. 재능과 노력이 있다면 이른바 ‘흙수저’라도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부모로부터 물심양면의 엄청난 자산을 물려받아 편하게 사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사람들이 반칙을 통해 또 자녀들에게 특권을 공짜로 넘겨주니 부아가 치민다. 사람들은 그 반작용으로 출신과 배경을 배제한 후 똑같은 출발점에서 시작해서 능력있는 사람이 성공하는 사회가 정의롭다고 생각하게 됐다.

    성과주의 사회에서는 성취가 곧 성공이다. 아름다운 말이다. 재능과 노력으로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뜻이니까. 하지만, 성과주의에는 그늘이 있다.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그럴만한 자격이 있다고 설명된다면, 실패 또한 자신이 자초한 결과라는 추론으로 이어진다.

    인생에서는 성공과 실패가 있기 마련인데, 성공도 실패도 모두 그 사람의 성과이거나 그 사람의 귀책이 된다. 그러나, 성공이 늘 정당하게만 얻어지는 것이며, 실패가 늘 그 사람의 잘못이기만 한가?

    중세 영국에서는 길에서 가난한 사람을 마주치면 ‘불운한 사람(unfortunate)’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행운이 비켜나간 사람이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가난한 사람을 ‘실패자(loser)’라고 부르지 않는가? 이 같은 관점의 차이는 성과주의 때문이 아닌가 한다. 성과주의 세상에서는 신의 축복을 받지 못한 것이 아니라, 그가 비참하게 사는 것은 오로지 그의 책임일 뿐이다.

    책임소재를 본인에게서만 찾게 되면, 실패의 두려움은 타인으로부터 혹평과 조롱의 대상이 되는 지점까지 그 범위를 넓힌다.

    ‘기회는 평등할 것입니다. 과정은 공정할 것입니다. 결과는 정의로울 것입니다.’는 정치적 수사 (修辭)가 있었다. 이 말은 서러웠던 국민의 마음을 꿰뚫었다. 평등하지 못한 기회를, 공정하지 못한 과정을, 정의롭지 못한 결과를 경험했던 국민들은 마음이 움직였다.

    정치적 수사는 이성적 수긍을 노리기보다, 서러웠던 마음을 과녁으로 한다. 하지만, 사회가 평등하고, 정의롭고, 공정하다고 강조할수록 우리는 더더욱 실패의 원인을 자신에게 돌릴 수밖에 없다. 불운해서 실패할 수도 있는데, 실패도 고귀할 수 있는데, 우리는 우리를 이렇게 벼랑 끝으로 계속 내몰아야 하는가?

    한국 사람들은 학창시절에는 ‘너 공부 잘하니?’라는 질문을 받고, 어른이 되어서는 ‘당신 돈 잘 버나?’라는 질문을 듣는다.

    인생에서 학업의 성취와 물질적 부의 축적이 차지하는 비중은 크기는 하나 전부는 아니다. 우리는 이렇게 평생을 경쟁과 성공이라는 쳇바퀴 속에서 계속 살아야 하는 것인지, 지금쯤은 한번 돌아봐야 한다.

    한때 우리는 ‘올림픽 정신’이라고 하면서, 참가하는데 의의를 두고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더라도 열심히 노력하는 것을 높이 사던 때가 있었다.

    능력이 아직은 부족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하고, 결과가 좋지 않더라도 오로지 자신의 잘못만은 아니라고 다독여줄 수는 없을까? 승자가 결과를 독식하면서 성공한 인생이라는 명분까지 다 가져가야만 속이 후련할까?

    김상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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