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4월 18일 (목)
전체메뉴

[거부의 길] (1185)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①

‘어머니가 첩이 된 것은 돈 때문이야’

  • 기사입력 : 2017-09-28 07:00:00
  •   
  • 메인이미지


    사월은 어머니가 첩이 되어야 하는 이유를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그것은 가난한 여자가 굶주리지 않는 방법의 하나였다. 그녀의 삶은 그때부터 그늘 속의 삶이 되었다. 어머니의 남자는 시내에서 양조장을 하여 돈을 벌고 있었다. 사람들은 사월이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된 집을 황도가라고 불렀고 어머니의 남자를 황도주라고 불렀다.

    황도주는 본처가 있고 첩도 둘이나 되었다. 사월의 어머니는 놀랍게도 세 번째 첩이었다. 본처에게는 딸만 둘이었고 첫 번째 첩에게서는 딸 하나, 두 번째 첩에게서는 아들 하나 딸 하나를 두었다. 사월의 어머니 박씨가 세 번째 첩인데 황도주가 사월의 어머니를 첩으로 들인 것은 특별히 재산을 요구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사월과 함께 먹이고 재워준다는 조건 만으로 황도주의 첩이 되었다. 전쟁 직후라 한 끼의 식량을 위해 여자들이 몸을 팔았다.

    “황도주처럼 복 많은 사람도 없을 거야. 맨날 하얀 쌀밥에 고기반찬을 먹고 마누라가 넷이나 되니….”

    사람들이 황도주를 부러워했다. 먹고 살기도 어려운 시절에 첩까지 부인을 넷이나 거느렸으니 부러워할 만했다.

    “황도주가 네 여자를 감당할까?”

    “황도주가 몸이 좋잖아? 충분히 감당할 걸. 감당하지 못하면 바짝 마를 거야.”

    사람들이 낄낄대고 웃었다. 황도주는 술도가로 돈을 벌자 극장도 사고 과수원도 샀다. 집도 곳곳에 있었다. 사월의 어머니는 작은 집에 살았고, 황도주는 며칠에 한 번씩 왔다. 황도주가 오면 어머니는 화장을 진하게 하고 눈웃음을 쳤다. 황도주가 오지 않으면 수심에 젖었다.

    사월은 첩의 딸이라는 소문을 들으면서 자랐다. 어머니의 손을 잡고 시장에 가거나 사람들이 모인 곳에 가면 손가락질을 받았다.

    ‘어머니가 첩이 된 것은 돈 때문이야.’

    사월은 어릴 때부터 돈이 무섭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람들은 돈 때문에 몸을 팔고 돈 때문에 죽었다. 돈이 없는 사람들은 굶어 죽는 일이 허다했다. 사월도 어릴 때 많은 시체를 보았다. 시체는 개울가에 버려져 있기도 하고 담 밑에 죽어 있기도 했다. 그러나 여자로서 첩은 사람들에게 멸시를 받았다.

    “어떤 일이 있어도 첩은 되지 마라.”

    어머니가 사월에게 당부했다. 사월은 첩이 되지 않겠다고 모질게 결심했다.

    황도주는 근엄한 사람이었다. 집에 올 때 어쩌다가 사월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기는 했으나 좀처럼 말을 건네지 않았다. 사월도 그에게 존경심을 갖거나 애정을 갖지 않았다. 그는 계부에 지나지 않았고 언제든지 모녀를 내쫓을 수 있는 무서운 존재에 지나지 않았다.

    사월은 초등학교 생활이 우울했다. 그녀는 공부를 하는 것보다 도서관에서 동화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서울로 가야 돼.’

    사월은 어릴 때부터 대도시 서울을 동경했다. 황도주가 살고 있는 곳은 충주였다. 서울에 대한 이야기는 들었으나 한 번도 가 본 일이 없었다. 황도주의 집에 분란이 일어나기 시작한 것은 사월이 중학생이 되었을 때였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