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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선물-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 기사입력 : 2017-09-28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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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추석을 앞두고 청와대 추석선물세트가 화제다. 지역 농산물로 이뤄진 이 선물세트는 주요 인사, 애국지사, 사회적 배려 대상 등 7000명에게 배달됐다. 매년 정부에서 관례적으로 발송되는 비슷한 명절 선물인데, 올해 유독 SNS에 인증샷(인증사진) 행렬이 줄을 잇는 이유는 무엇일까. 누구에게 받았느냐의 문제일 것이다. 선물에는 금전적 가치보다는 정서적 가치가 더 많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심리학에 ‘선물의 역설’이란 말이 있다. 가치가 높은 선물과 낮은 선물이 있을 때, 선물을 주는 사람은 두 가지를 모두 줄 때 가치가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선물을 받는 사람은 두 가지를 모두 받을 때 오히려 그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심리를 말한다. 이는 선물을 주는 사람은 모든 가치를 합쳐 계산하고, 받는 사람은 평균을 내서 평가하기 때문이다. 가치가 낮은 선물은 물건 뿐만 아니라 말이나 태도가 될 수도 있다.

    ▼선물과 뇌물의 경계는 모호하다. 주로 법정에서 준 사람은 뇌물인데 받은 사람은 선물이라고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인류학자 나탈리 데이비스는 ‘선물의 역사’라는 책에서 모든 선물에는 고도의 전략이 숨어 있고, 의미 없는 선물은 없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의도가 있다고 다 뇌물일까. 존 누난의 책 ‘뇌물의 역사’를 통해 그 기준을 가늠해 본다. ‘뇌물인지 선물인지 판단하는 것은 보답에 대한 불투명하고 불분명한 압박의 정도다.’

    ▼오늘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청탁금지법이 시행 1주년을 맞았다. 학교선 촌지가 사라졌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고, 화훼농가는 생계의 어려움을 토로하며 기습시위를 벌였다. 시위 현장에서 “꽃은 뇌물이 아니다”며 분노하는 농민들의 말이 틀리진 않았다. 사실상 지폐도 그 자체가 뇌물은 아니다. 그러나 비싼 꽃과 비싼 돈이 오고 가면 이야기가 다르다. 프랑스 사상가 몽테뉴의 말을 되새겨 보자. “거저 받은 선물만큼 비싼 것은 없다.” 이번 추석때 주고받은 것이 선물인지 뇌물인지는 누구보다 당사자가 제일 잘 안다.

    조고운 뉴미디어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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