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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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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87)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③

“오느라고 힘들었지?”

  • 기사입력 : 2017-10-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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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등학생이 머리를 기른 것은 학교를 제대로 다니지 않는다는 증거였으나 사월은 몰랐다. 가족들 누구도 눈치채지 못했다.

    “에이, 학생이 무슨 다방이야?”

    “사복을 입으면 돼.”

    황민우가 사월을 유혹했다. 사월은 사복을 입고 황민우와 함께 다방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 처음 마시는 커피가 써서 설탕을 듬뿍 타서 마셔야 했다. 사월은 처음 들어온 다방이 신기했다. 다방에는 커다란 어항도 있었고 짧은 치마를 입은 여자들이 돌아다니면서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오빠, 나도 서울 가고 싶다.”

    사월은 황민우가 부러웠다.

    “방학 때 와.”

    황민우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었다. 사월은 담배를 피우는 황민우가 멋있어 보였다.

    “정말?”

    “그럼. 내 방이 있으니까 같이 지내면 되잖아?”

    황민우는 사월에게 다정했다. 사월은 황민우에게 이성으로서의 감정을 전혀 느끼지 않았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으나 남매로 생각하여 따랐다. 황민우는 친절한 오빠였다. 서울에서 충주에 내려올 때마다 들려주는 서울 이야기도 좋았다.

    황민우는 고등학교를 졸업했으나 서울대학교에 합격하지 못했다.

    그러나 충주 집에 와서는 서울대학교에 합격했다고 거짓말을 하고 등록금과 하숙비를 받아가지고 서울에 올라가 술집에서 탕진했다.

    사월은 고등학교 마지막 여름방학이 되자 서울로 올라갔다. 여름방학이 끝나면 취업을 해야 했으나 충주에서 취업을 하고 싶지 않았다. 학교를 졸업한 뒤에 서울에서 취업을 할 생각으로 미리 경험을 쌓기 위해 여름방학이 되자 서울로 올라간 것이다. 비록 피가 섞이지 않았으나 오빠인 황민우가 잘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서울로 올라갈 때 직행버스를 탔다. 버스의 차창으로 논밭과 퇴락한 시골마을이 지나가는 것을 보면서 사월은 착잡했다. 첩의 딸이라는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살아온 충주를 떠나고 싶었다. 충주에서 서울까지 자그마치 네 시간이 걸렸다.

    ‘서울이 정말 대단하구나.’

    사월은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에서 내렸다. 난생 처음 보는 서울의 모습이 신기했다. 터미널에는 다행히 황민우가 마중을 나와 있었다.

    “오느라고 힘들었지? 가자.”

    황민우가 사월의 손을 잡았다.

    “왜 손을 잡아?”

    사월은 황민우가 손을 잡자 쑥스러웠다. 얼굴이 붉어져 자신도 모르게 손을 잡아 뺐다.

    “너 길 잃어버리려고 그래? 사람이 이렇게 많은데….”

    황민우가 화를 벌컥 냈다.

    “그런가? 미안해.”

    사월은 서울이 무섭다고 생각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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