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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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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 김은정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 기사입력 : 2017-10-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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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사카드 종교란에 ‘가톨릭’이라고 써 넣기는 하지만, 나는 그렇게 착실하게 성당에 나가는 편은 아니다. 일요일 미사를 종종 빼먹기도 하는 ‘땡땡이 신자’일 뿐이다.

    그런 내가 모처럼 지난 주말 성당에 갔다. 마침 ‘견진성사’라는 큰 행사가 있어 사람들도 많았다. 미사의 마지막 순서로 성가대가 특별 성가를 불렀는데, 그 제목이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였다. “마음이 지쳐서 기도할 수 없고, 눈물이 빗물처럼 흘러내릴 때, 네가 홀로 외로워서 마음이 무너질 때 누군가 널 위해 기도하네.”

    노래를 들으며 내가 외롭고 힘들 때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를 해 준다면 참 위로가 되겠다는 생각이 들며,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나와 같은 심정이었을까? 노래를 들으며 눈물을 훔치고 있는 한 젊은 여성이 내 눈에 들어왔다. 간편한 트레이닝복 차림의 그는 몇 년 전 내 수업을 들었던 제자였다. 그 아이의 눈물이 내 가슴을 먹먹하게 했고, 그 순간 나는 그 아이를 위해 기도했다. 그 아이가 홀로 외로워서 무너지지 않게 해 달라고.

    미사를 마치고, 날 알아보고 깜짝 놀라는 그 아이를 나는 가만히 안아 주었다. 도서관에 가다가 맘이 너무 안 잡혀 무작정 성당으로 왔다고 한다. 그리고 노래를 듣다가 마치 자기에게 하는 이야기인 듯해서 울컥한 마음에 눈물을 흘렸다고 한다.

    ‘임용 절벽’, ‘취업 절벽’ 등 수많은 절벽 앞에서 그 아이처럼 많은 아이들이 절실하게 무엇인가를 바라며 기도하고, 또 기도하고, 그러다가 그 기도에도 지쳐 있을 것이다.

    그리고 홀로 외로워서 무너지고 있을 것이다. 그럴 때 누군가 나를 위해 기도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면 그것만으로도 조금은 힘이 되지 않을까?

    취업난 등으로 우리 사회의 많은 젊은이들이 힘들어한다.

    제도를 손보고, 정책을 마련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겠지만, 한편으로는 그들을 응원해 주고 그들을 위해 기도해 줄 수 있는 따뜻한 마음이 필요하다.

    냉정한 현실 때문에 그들이 차가운 눈으로 세상을 대하지 않도록, 그들의 힘든 처지를 공감하고 위로해 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한다.

    김은정 (경남대 국어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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