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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시론] 높은 시장점유율의 덫에 빠진 현대기아차 - 유창근 (와이즈유(영산대) 교수)

  • 기사입력 : 2017-10-02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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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현대차그룹의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다. 사드 여파로 중국시장 판매가 반토막 났고 미국시장마저 판매가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상반기 영업이익률은 2011년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고, 금년 판매목표 813만대 달성은커녕 700만대 달성도 어렵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노조의 과도한 임금인상 요구는 올해도 반복돼 협상의 진전을 보지 못한 채 추석을 맞이했다. 지금도 현대기아차의 임금은 생산성에 비해 매우 높다고 한다. 게다가 회사가 위기라는데 또 임금인상이라니 상식적으로는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노조가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것을 보면 회사가 그만한 여력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노조는 그동안의 경험을 통해 임금을 인상해도 제품 가격을 올리거나 부품 구매가격을 내리면 되고 경기가 나빠지면 정부가 도와준다는 것을 배웠을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현대차와 관련된 여러 문제의 근원이 70%에 이르는 세계적으로 높은 국내시장 점유율에 있을 수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현대기아차의 과도한 시장지배력은 IMF 경제위기 때 정부가 현대차로 하여금 기아차를 인수하도록 길을 열어주면서 시작됐다. 이후 대우차와 삼성차마저 해외에 매각되면서 국내시장의 경쟁은 사실상 사라졌다. 시장의 대부분을 현대기아차가 독식하고 나머지 얼마 안 되는 파이를 놓고 여러 해외업체가 경쟁하고 있을 뿐이다. 정부는 현대기아차의 과도한 시장지배력을 허용했을 뿐 아니라 경기침체로 판매가 부진할 때마다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로 수출이 감소하자 취등록세와 개소세를 인하하여 내수판매를 활성화시켜 줬고, 2012년과 2015년에도 개소세를 인하해 줬다. 세금 인하의 대상은 모든 업체이지만 대부분의 혜택은 시장점유율이 높은 현대기아차에게 돌아가는 게 현실이다. 경기가 나빠지면 스스로 비용을 절감해 가격을 낮추는 게 경영의 기본인데도 말이다.

    2015년 폭스바겐 사태가 발생했을 때 미국은 폭스바겐에 엄청난 벌금을 물리고 소비자에 대한 배상을 하게 했지만 한국은 제품인증을 취소해 판매를 금지시켰다. 제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국내시장에서 급속하게 성장하던 폭스바겐의 판매금지 조치에 따른 최대 수혜자는 현대기아차였고 눈에 보이지 않는 큰 피해자는 선택권을 빼앗긴 소비자였다.

    높은 국내시장점유율이 우월한 경쟁력의 결과라면 현대기아차는 가격이 낮고 소비자 만족도가 높아야 하며 이로 인해 수입차도 제품가격과 A/S 비용을 낮출 수밖에 없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이것은 우리나라가 아닌 일본의 현실에 가깝다. 반대로 높은 시장점유율에도 불구하고 제품가격이 높고 소비자 만족도가 낮다면 이는 시장이 왜곡된 경우라고 봐야 할 것이다. 이 경우에는 수입차의 가격마저 높아져 소비자의 손실은 더 커지는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여기에 가깝다.

    지난해 컨슈머인사이트의 조사에 의하면 국내시장에서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브랜드는 선두인 도요타를 비롯한 외국 업체들이었고 현대차와 기아차의 만족도는 최하위권이었다. 국내시장 점유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기업의 소비자 만족도가 가장 낮다는 것은 시장이 대단히 왜곡됐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높은 시장점유율이 기업의 경쟁력이 아닌 시장지배력의 결과라면 결국 그 기업과 해당 산업의 몰락을 초래할 뿐이다. 과도한 시장지배력은 제품가격 상승, 임금 상승, 품질 저하를 초래해 소비자의 불만으로 연결될 것이고 이 모든 것은 기업의 경쟁력 하락으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구조가 정착된 데에는 독과점 기업의 행태를 규제하는 정부가 제 역할을 못한 책임도 크며, 그대로 방치한다면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사라질 것이다.

    유창근 (와이즈유(영산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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