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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인칼럼] 해양공간 관리 그 출발점은- 방태진(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 기사입력 : 2017-10-16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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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위스 제네바는 세계 무역전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곳이다. 이른바 WTO(세계무역기구) 본부가 존재하며 각국의 무역수장이 모여 법률 및 경제전문가의 치열한 각축장이 될 뿐만 아니라 언어의 마술사도 손쉽게 구경할 수가 있는 그야말로 전문적 경제외교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무역전쟁터를 뒤로한 채 국제기구타운을 미끄러져 내려가면 세계적인 명소를 자랑하는 리만호수가 자리 잡고 있다. 국내에 잘 알려진 2차 세계대전 당시 레지스탕스를 줄거리로 우리에게 뭉클한 애국심을 자아내게 했던 ‘레만호에 지다’의 대상지이기도 하고, 호수 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쭉 내려가면 요즘 한국의 낭자들이 자랑스런 승전보를 전해주던 LPGA 에비앙 클래식이 열리는 프랑스 에비앙까지 연결되어 있는 바다 같은 거대한 호수인 것이다.

    WTO DDA 협상이 한창이었던 2003년 전후의 제네바협상 때 어느 날 중요한 협상이 결렬되는 바람에 하루 짬이 생겼다. 바다관리 부서에서 왔으니 외국대표 한 분이 리만호수에서 배를 한번 타보라고 권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한강을 생각하면서 배를 타고 오분 후면 갈매기 먹이용으로 새우깡을 주던 기억을 되새기며 손사래를 쳤다.

    그럼에도 일단 타 보고 평가를 하라고 해서 배를 타고 에비앙까지 가기로 했다. 그러나, 예상과는 완전 딴판으로 배를 타자 말자 주변 경관이 말 그대로 한 폭의 수채화 그 자체였다. 수변공간의 건축물조차 주위 풍광에 맞게 철저한 관리를 하고 있고, 제집이라 하여도 맘대로 증개축을 하지 못한다고 했다. 따지고 보면 우리의 한강이나 해운대보다도 못한 호수 주변이 이렇게 좋은 이유는 대다수를 위한 수변관리에 있었던 것이었다.

    이것이 바로 해양공간관리의 첫 시발점이자 연안통합관리의 기본인 것이다. 육지중심적 공간관리에서 해양중심적 통합관리가 소수가 아닌 다수를 위한 공간관리인 것이다. 아무리 좋은 크루즈나 바다가 있더라도 주변의 수변공간이 잘 관리되지 못한다면 한 번쯤은 타 본다 하더라도, 그 기억은 오래가지 않고 다시 찾지 않는 관광이 되고 말 것이다. 또한 제네바 호숫가를 보면 우리의 해변가인 찻길과 횟집 등 상업시설과는 달리 수변에서 바로 차도로 연결되지 않고 그 값비싼 땅에 녹지공간을 두어 오염에 대한 사전차단 및 다수의 산책로 및 휴식공간으로 확보하다 보니 보다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수변공간이 된다는 점이다.

    다음으로 세계적인 관광국가인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해양관광지인 아말피나 칭게테레 등을 가보면 엄청난 관광지임에도 차도가 자연 그대로 굉장히 좁은 협곡으로 이루어져 교통이 불편해 그곳에서 하룻밤을 머물지 않을 수 없고, 세계적인 관광지임에도 대단위의 관광호텔이나 숙박시설이 아닌 지역공동체들이 운영하는 재래시장과 민박 형태의 아기자기한 숙박시설들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이다. 불편하지만 지역중심의 해양관광이야말로 지속가능한 관광, 나아가 지방분권화의 단초를 제공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다행히 경남도 관내에는 최근에 이러한 소수를 위한 바다가 아닌 아닌 다수가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바다둘레길과 그동안 소외되었던 섬들을 중심으로 많은 지역중심의 관광명소가 조성되고 있는 점은 고무적이라 할 수 있다. 다시 찾고 싶은 그곳 그리고 지역주민 중심의 자율적이고 지속가능한 관광자원 운영이야말로 해양공간 관리의 근간이 아닌지 반문하고 싶은 계절이다.

    방태진 (마산지방해양수산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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