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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4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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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석루] ‘네 잘못이 아니야’- 황긍섭(경남도진산학생교육원 원장)

  • 기사입력 : 2017-10-17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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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근무하는 곳은 방문객이 더러 있다. 이들의 공통된 반응은 “아이들이 너무 밝고, 순수하며 잘 생겼다”고 말한다. 아마 진산에 오는 아이들이 일반학교에서는 어렵고 힘든 아이들이 오는 곳이기에, 어딘지 모르게 어둡고 잔뜩 찌푸린 모습의 아이들을 상상했는데, 너무 밝고 환해 의외라는 것이다.

    이때부터 방문객들은 분주해지고 진지해지며 질문공세를 편다. 진산에 있는 특별한 교육과정이나 교육방법이 무엇인지 알려달라며 떼를 쓴다. 하지만 진산은 일반학교와 다른 교육과정이나 특별한 방법은 없다. 뿐만 아니라 진산에 속한 구성원들 역시 마찬가지다. 교사들은 일반 학교에서 근무하던 선생님들이 파견 나와 근무하며, 공무직원 역시 청소년 관련 학과나 심리 관련 학과를 졸업한 후 첫 직장으로 진산을 택한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진산의 아이들을 이렇게 만드는 것일까? 진산학생교육원의 첫 출발은 아이들을 따뜻하게 이해하는 데서부터 시작한다. 우리는 아이들을 대할 때 “참 힘들었겠다. 그래도 이만큼 버텨왔다니 대단하구나!”라고 말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네 잘못이 아니란다. 시대와 사회, 학교, 교육제도…, 어른들이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힘들었구나. 이제부터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너만의 방식으로 생각하고 너만의 방식대로 꿈을 가지렴”이라고 응원한다.

    진산에서 아이들과 함께한다는 것은 기다림이다. 그런데 기다려주는 것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 자신이 믿을 수 있다고 마음의 문을 열 때까지 치열하게 기다려 준다는 것이다. 또한 진산의 식구들은 아이들을 사랑하고 또 사랑하고 또 사랑하며 끝까지 온전하게 사랑하지만, 아닌 것은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하면서 ‘밀당’을 즐기는 고수들이다.

    그리하여 아이들을 통하여 나를 만나고, 결국은 나를 사랑하게 되는 곳이 진산이다. 진산은 아이들에게 실패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쉬었다 가도, 한눈을 팔아도, 다른 길로 가도…, 괜찮다 다독여 줄 수 있는 따스한 교육공동체를 지향한다.

    이런 점에서 진산교육공동체야말로 병들고 찌든 오늘날의 학교를 살리는 모델이다.

    황긍섭 (경남도진산학생교육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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