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   유튜브  |   facebook  |   newsstand  |   지면보기   |  
2024년 03월 29일 (금)
전체메뉴

[기획] 4차산업혁명 시대, 나의 일자리는 안전할까? ④ 4차산업혁명, 우리의 일자리 대응전략

일자리·소득 양극화 불가피 … 사회적 합의 이끌어내야

  • 기사입력 : 2017-10-17 22:00:00
  •   

  • 4차산업혁명이 불러올 일자리 변화는 사실 아직 예측단계에 머물러 있다. 4차산업혁명이라는 개념조차 정확하게 정의되지 않은 탓이다. 하지만 사람이 수행하고 있는 일의 상당 부분을 기기가 대체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노동자가 직면하게 될 극적인 변화는 필연적이라 할 수 있다. 이 변화에 대응할 대책 마련이 필요한 때다. 이번 회에서는 4차산업혁명 시대에 대두될 것으로 전망되는 일자리 양극화 문제를 짚어보고, 미래 일자리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응방안을 찾고 있는 독일 연방정부의 프로세스 ‘노동 4.0’을 살펴본다.



    ▲일자리가 양극화된다= 4차산업혁명이 일자리 ‘총량’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비교적 ‘단순한 업무’를 ‘반복적’으로 수행하는 직무가 기기로 대체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은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견해를 같이 한다. 문제는 이 같은 현상이 일자리의 ‘양적 문제’를 넘어 ‘질적 문제’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것.

    가장 두드러지게 대두되는 문제는 ‘양극화’다. 이는 직업군 상층부에 4차산업혁명 관련 기술에 익숙한 고숙련·고임금 노동자가 포진하고, 하단에 자동화나 기계화를 하기에는 효용성이 떨어지는 저숙련·저임금 노동자들이 포진하는 형태를 말한다. 다시 말해 중숙련 노동자의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

    이들 중숙련 노동자는 중급 교육과 중급 기술 수준을 가진 사람들로, 이미 세워진 전략적 판단이나 기획에 따라 구체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일반 사무 및 행정업무, 제조업체의 중급기술자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이들이 하는 일은 고도의 판단력이나 창조적 기획력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고숙련 노동자보다 대체될 확률이 높고, 자동화 설비를 갖추어 대체하기에는 효율이 현저히 떨어지는 저숙련 노동자보다 대체 효용이 높다는 이유에서 자동화와 로봇화, 알고리즘에 가장 취약하다는 특징을 가진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무엇보다 이들은 국가 경제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위 소득자가 대부분으로, ‘일자리 양극화’는 곧 ‘소득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MIT 경제학 교수 데이비드 오터는 지난 30년 동안 미국 노동시장을 분석한 결과 ‘기술이 서서히 중산층 일자리를 잠식할 것이다’고 전망했다.

    메인이미지
    독일 드레스덴 ‘실리콘 색서니’에서 꾸준히 해오고 있는 직업 재교육. 이를 통해 노동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익혀 직무를 이동한다.



    ▲한국사회에서 벌어질 양극화= 우리나라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우리나라는 1990년 이후 약 20년 동안 국민소득은 급격히 높아졌지만 중위소득의 50~150%에 해당하는 가구의 비율인 ‘중산층 비중’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아무 대비 없이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할 경우 ‘중숙련 일자리는 점차 감소하고 고숙련 일자리만 소폭으로 늘어나는’ 소득 양극화가 심화될 가능성이 크다.

    한국고용정보원은 ‘기술변화에 따른 일자리 영향 연구’ 보고서를 통해 향후 5년에 걸쳐 고용대체 위험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은 농림어업 숙련종사자, 장치·기계조작 및 조립 종사자 등에 대해서 서둘러 고용대체위험을 완화할 직종 전환 등 제도적 지원 등의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종사자 대부분이 임금이나 소득 수준이 낮은 저소득층에 속할 가능성이 높아, 대응이 늦을 경우 생존 자체가 어려워지는 사회문제로 대두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의 유연성, 그 진정한 의미= 무엇보다도 4차산업혁명에 따른 일자리 변화를 논하기 이전에 우리나라 고용현실은 이미 불안정한 상태에 놓여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노동의 유연화’를 앞세운 비정규직 확산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 4차산업혁명이라는 변수가 작용할 경우 사회 전반에 어떤 충격파를 불러올지 불확실하다는 것. 때문에 일부 학자들은 비정규직 확산에 제도적·법률적 변화 외에 기술변화가 얼마나 큰 비중으로 작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추가적인 연구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혁 정보통신정책연구원 부연구원은 “우리나라에서 ‘유연성’은 가족·일의 양립이나 자아실현을 위한 자립적인 시간운영을 지원하는 개념이 아니라 ‘안정성’과 대치되는 ‘불안정성’을 상징한다”며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자립적 시간운영’이라는 ‘유연성’의 본래 취지가 요구되고 있어, 삶의 질을 보장할 수 있는 ‘안정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의 필요성이 커졌다”고 밝혔다.

    메인이미지
    독일 드레스덴 ‘실리콘 색서니’에서 꾸준히 해오고 있는 직업 재교육. 이를 통해 노동자들은 새로운 기술을 익혀 직무를 이동한다.



    ▲독일은 이미 일자리에 대한 대화를 시작했다= 4차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독일은 이미 ‘노동의 질’ 담보를 위해 노력 중이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추진과 동시에 ‘노동 4.0(Arbeiten 4.0)’ 전 사회적 대화 프로세스를 시작했다. 독일 연방노동사회부(BMAS)는 2015년부터 각 지방정부, 시민단체, 노동계, 재계에 미래 일자리에 관한 질문을 녹서(綠書·Grnbuch) 형태로 제시해 토론을 벌여왔다.

    ‘노동 4.0’은 △미래에도 인간들이 직장을 가지게 될 것인가? △데이터 축적이 핵심인 미래 사회에서 노동자 개인정보보호는 어떻게 이뤄져야 하는가? △인간과 기계의 협업에서 인간의 노동을 보조하기 위해 어떤 방식으로 기계를 활용해야 할까? △디지털 플랫폼과 같은 새로운 사업모델은 노동에 어떤 영향을 줄 것인가? △미래의 기업들과 사회보장제도를 어떻게 구성할 것인가? △시간적·공간적 유연성을 어떠한 방식으로 노동자들을 위해 구현해야 할 것인가? 등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6가지 핵심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전망을 수렴했다.

    이 논의는 1년 이상 지속됐고, 연방노동사회부는 여기에서 도출된 전망과 대응책들을 정리해 백서로 발간했다. 또 시민들에게 이에 대한 핵심 내용을 쉽게 전달하기 위해 ‘미래(Future)’라는 영화 시리즈를 제작해 전국 18개 극장에서 상영하기도 했다.

    메인이미지

    ▲좋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공동협약= 한마디로 ‘노동 4.0’은 4차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좋은 일자리(Gute Arbeit)’ 창출을 위한 지속가능한 목표를 개발하려는 새로운 시도라 볼 수 있다.

    즉 인더스트리 4.0에 따라 유연화되는 노동환경을 진단하고 노동권의 후퇴가 일어나지 않도록 이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는 것. 기술발전에 힘쓰되 기술이 인간 삶의 주인이 아닌 보조도구로 적절하게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조정하고 합의하는 대화를 시도한다고 볼 수 있다.

    독일 연방노동사회부(BMAS) 장관 안드레아 날레스는 이 프로세스를 바탕으로 ‘보다 나은 자료를 모으고, 학계·재계와 공공차원의 보고서를 작성하며, 새로운 시나리오를 일상 속에서 시험적으로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 아울러 ‘어떠한 기술 발전에도 공동협약 시스템의 자율성과 공동결정제도를 굳건히 고수해 나간다’는 원칙을 세워 미래 일자리 문제를 둘러싼 모든 이해당사자들의 협의와 공동결정을 우선하고 있다.

    김유경 기자 bora@knnews.co.kr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 < 경남신문의 콘텐츠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크롤링·복사·재배포를 금합니다. >
  • ※ 관련기사
  • 김유경 기자의 다른기사 검색
  •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플러스 카카오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