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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유럽 혁신학교에서 경남 행복학교 길을 찾다 (3) 독일- 경쟁보다 협력

스스로 하고 싶은 공부하며 다양한 프로젝트 수행

  • 기사입력 : 2017-10-17 2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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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 강국의 하나인 독일도 교육에 대한 고민은 예외가 아니다. 독일은 경쟁 속에 살아남기 위한 과도한 학습량은 물론 초등학교 5학년을 마치면 인문계나 실업계 진학을 선택해야 하는 진로문제 등 위기를 겪었다. 이런 공교육에 대한 대안으로 공동체적인 삶과 아이들의 창의성을 살리기 위한 노력들이 나오기 시작했고, 시험도 숙제도 없이 공부를 재미있게 만들어주며 혁신학교의 모형으로 자리 잡게 된 독일의 헬레네 랑에 학교가 세계적인 대안학교로 성공하면서 이를 벤치마킹한 학교들도 생겨나기 시작했다.

    프랑크푸르트의 ‘캠퍼스 클라렌탈’과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학교는 헬레네 랑에의 영향을 받으며 자연 속에서 경쟁보다는 공동체인 협력을 통해 아이들이 가고 싶은 학교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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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 클라렌탈 학생들이 자유롭게 수업을 듣고 있다.



    ◆학교가 학생에게 맞추는 ‘캠퍼스 클라렌탈(Campus Klarenthal)’= 독일 비스바덴시에 있는 이 학교는 지난 2007년 설립해 생후 6개월에서 고등학생까지 함께 재학하고 있는 종합적인 실험학교다. 이 학교는 숲속에 있다. 개와 말과 닭과 함께 생활하고 수업시간은 자유롭다. 10여명의 아이들이 하는 일은 전부 다르다. 어떤 아이는 그림을 그리고, 다른 아이는 알파벳을 공부한다. 또 다른 아이는 수학문제를 푼다. 선생님은 개의치 않고 돌아가면서 아이들이 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하고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춰 무릎을 꿇거나 엎드려 대화를 한다. 학교의 핵심은 학생들로 학교에 학생을 맞추는 것이 아니라 학교가 학생에게 맞추고 있어 개개인에게 최적화된 교육을 제공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초등학교 1~4학년이 함께 수업을 하고 고학년들이 어린 학생들의 수업을 도와주기도 한다. 학습이 부진한 학생들도 일반학생과 같이 수업을 듣고, 별도의 전문 교사가 옆에서 수업을 돕는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다양한 방식과 수준의 수업을 하도록 배려한다. 기존 교과수업 외 프로젝트는 절반은 교사가 지도하지만 나머지는 학생들이 스스로 하도록 코스를 마련해 놓았다. 교사들은 “이 학교에서는 아이들의 미래에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 역할이며 거기에 포커스를 맞췄다”고 했다.

    이 학교의 교육목적은 ‘지속 가능한 교육’이다. 무엇을 억지로 가르치기보다 생활 속에서 학생들 스스로 몸에 배도록 한다. 오전 6시 30분부터 학교문을 열고 오후 4시 15분이면 학교를 마치고 자유시간이다. 90분짜리 수업이 4개 블록으로 이뤄지고 있다. 협력을 우선시하면서 공동체인 학교 속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도록 책과 가방 등 모두 학교에 두고 다닌다. 8학년까지는 성적을 매기지 않는 대신 프레젠테이션을 중요시한다. 기금 마련과 사회봉사 인턴십, 여행하기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프로젝트를 수행했을 때는 어떤 방식으로 했는지에 대해 교사와 학생이 대화를 나누면서 스스로 알 수 있도록 한다.

    대안학교로 운영하지만 일반학교처럼 대학진학에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만큼 학업역량도 뛰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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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캠퍼스 클라렌탈 학생들이 학교 안 풀밭에서 캠프활동을 하고 있다.



    ◆‘나를 찾는’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IGS Alexej von Jawlensky)= 이 학교의 교육목표는 교육지식과 자아 완성(egostrength), 사회성(social strength)이다. 판하스테렌 교장은 “아이들에게 자신감과 자존감을 길러주는 것이 최고의 교육이다”면서 “자아 완성은 자신감과 자존감을 길러주는 것이다. 대개는 공부를 잘하면 자신감이 높을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그렇지 않다. 자신을 어떻게 표현할지, 중재하고 조정하는 것, 프레젠테이션, 많은 청중 앞에서 말하는 것들을 여러 번 해봐야 자신감과 자존감이 커진다”고 강조했다.

    공립학교인 이 학교는 645명의 학생과 50명의 교사가 있다. 학급당 23~27명으로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다. 판하스테렌 교장은 “27명 정도가 한 학급에 있으면서 그 안에는 공부 잘하는 아이 10명쯤, 못하는 아이 7~8명 정도다. 학습능력이 다른 학급에서 어떻게 제대로 학습을 시킬 수 있을까 하는 것이 우리의 문제의식의 출발점이었다”고 말했다.

    메인이미지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 학생들이 학교내 놀이시설에서 놀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 여러 교과의 통합적인 프로젝트로 학년별 수준에 맞는 다양한 주제에 대해 일년 동안 연구를 한다. 5학년은 친구와 학교에 대해 알아보기, 6학년은 로마 등 문명발전 알아보기, 7학년은 중세에 대해, 8학년은 직업의 세계, 9학년은 나치시대의 만행에 대해, 10학년은 공장 등 직업현장에 대한 실습을 하는 식이다. 이 학교도 난민이 많이 들어오면서 다문화 학생이 많은 다문화학교로 다양한 나라들의 문화를 열린 마음으로 끌어 안을 수 있는 마인드 교육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하고 있다.

    특히 이 학교는 러시아 표현주의 화가의 이름을 딴 학교답게 예술수업을 통한 교육이 강세다. 때문에 5~10학년 학생들은 전통적으로 일년에 한 번 4주간씩 수업 대신 영화나 연극을 통해 종합적인 사고를 키운다. 외부 전문가를 초빙해 연극과 영화를 배우고 공연을 하는 과정을 한다. 시나리오는 물론 포스터도 학생들이 직접 만든다. 영화를 만드는 필름프로젝트는 학생들이 주제를 정해 카메라 사용법, 편집, 음악입히기 등을 배워 작품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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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학교 학생들이 수업을 하고 있다.



    판하스테렌 교장은 “연극 대사를 만들면서 국어를 익히고, 무대와 의상을 디자인하면서 미술을 배운다. 배경음악을 통해 음악을, 극중인물을 통해 역사까지 섭렵한다. 극 중 인간관계를 통해 예의범절도 배우게 돼 종합적인 교육을 하게 된다”고 말했다.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학교는 학생들에게 단순한 지식전달뿐 아니라 사회성과 감수성을 통해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소양을 배우는 데 많은 공을 들이고 있다.

    글·사진= 이현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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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알베르토 마이어 독일 교육전문가

    “가고 싶은 학교 만들어야 아이들 미래 준비 가능”

    아이들이 가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배우고 가르치는 방식에서도 새로운 변화가 있는데 예전 교사 한 사람이 말하면 나머지 학생들은 모두 듣기만 했는데 지금은 학생들의 관심과 흥미를 기반으로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하는 왈츠 춤과 같은 학생이 필요하다.

    독일은 주마다 교육제도가 다르지만 공통점은 5학년부터 실업계와 인문계로 나눈다. 일반적으로 60%는 인문계로 40%는 직업중심학교로 진학을 하는데 너무 일찍 미래를 결정해버리는 문제가 있다. 현재 인문계 학생들 가운데 부잣집 아이들은 공부도 잘하지만 난민이나 노동자 자녀들은 적응을 못해 힘들어 한다. 특히 100만명의 난민이 독일에 들어와 있는데 그들 자녀는 독일어를 전혀 몰라 어려움이 많다. 이런 학생들을 위해 지원이 필요한데 정부의 지원은 부족하다. 때문에 클라렌탈이나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학교처럼 ‘공동체학교’를 지향하는 새로운 종합학교들이 생겨나면서 변화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최근 독일 학교 변화의 흐름이다.

    알렉세이 폰 야블렌스키 종합학교처럼 예술은 교육과 함께 학교 교육과정안에서 중요하게 포함돼야 한다. 연극 영화를 만드는 것, 비주얼 아트, 그림 등 굉장히 중요한데 과거에는 부차적인 것이었지만 전인적인 발달을 위해 꼭 필요한 것이다.

    이제 학교도 마을로 나가야 한다. 교실안에서만 교육이 아니다. 자발적이고 호기심을 부추기는 프로젝트 중심으로 여러 교과가 융합된 접근을 위한 공간도 필요하다. 예술, 음악, 문학 등이 수학이나 외국어만큼 중요하다.

    혁신학교를 만드는 일은 혼자 해결되지 않는다. 남들이 무엇을 하는지 들여다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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