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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3월 28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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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96)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⑫

“사월이는 소원이 있어?”

  • 기사입력 : 2017-10-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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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이 시리게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사월이는 소원이 있어?”

    이춘식이 윤사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맛있는 거 많이 먹고… 좋은 옷 입고….”

    윤사월이 노래를 하듯이 중얼거렸다. 그와 사랑을 나누는 것도 좋아했으나 입밖으로 내어 말할 수 없었다.

    “그다음에는?”

    “아저씨랑 오래오래 사는 거.”

    윤사월이 생긋 웃었다. 그녀는 이춘식과 오래오래 살고 싶었다.

    “정말이야?”

    “네.”

    “왜 나와 사는 것이 좋아?”

    “아저씨처럼 좋은 사람을 만난 일이 없어요.”

    윤사월은 자신의 생애에서 이춘식과 같은 남자를 다시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나도 사월이가 좋아. 사월이를 위해서 돈을 많이 벌어야 하겠는걸.”

    이춘식이 유쾌하게 웃음을 터트렸다.

    “아저씨는 소원이 뭐예요?”

    “나는 햇살이 좋은 정원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책을 읽는 거야. 사월이가 커피를 타다 주고….”

    “내가 그 소원을 꼭 이루어 드릴게요.”

    “고마워.”

    이춘식이 윤사월의 손을 꼬옥 쥐었다. 횡성에서 만난 잣 상인은 청태산 골짜기에 살고 있었다.

    이춘식과 잣 상인은 오랫동안 흥정을 했다.

    청태산의 잣 상인은 잣을 한 가마니나 가지고 있었다. 첫 번째 만남에서는 흥정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청태산에서 횡성역으로 산길을 구불구불 걸어서 돌아오기 시작했다.

    “아저씨.”

    윤사월이 이춘식에게 눈웃음을 쳤다.

    “왜?”

    “나 좀 업어주라.”

    “그럴까?”

    이춘식이 윤사월을 업어주었다. 첩첩산속이라 오가는 사람도 없었다.

    한참을 가다가 이춘식이 윤사월을 내려주었다.

    “아저씨.”

    “왜?”

    “이번에는 내가 아저씨를 업어줄게요.”

    “흐흐… 그러면 너무 야한 게 아니냐?”

    “아무도 없는 산속인데 어때요?”

    윤사월이 이춘식을 등에 업고 산길을 걸었다. 그러자 기분이 야릇해졌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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