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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9일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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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고파] 네 말도 옳고 니 말도 옳다-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 기사입력 : 2017-10-19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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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60년대 중국에서 활동했던 홍위병(紅衛兵)에 대한 때아닌 논란이 한국에서 일고 있다. 야권 인사들이 현재 공영방송 정상화를 위해 파업 중인 KBS와 MBC 노조에 대해 ‘현 정권의 홍위병’이라 말하면서 언론노조가 ‘세상을 편향된 이념의 눈으로 보지 말라’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홍위병은 1960년대 중국 마오쩌둥의 권력 투쟁에 가장 앞장섰던 공산당 청년조직으로 수십만명을 박해하고 처형시켰다. 마오쩌둥의 철학과 사상 외는 모두 적으로 간주했던 정권 투쟁의 선봉대였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점점 무뎌지는 것 가운데 하나가 내 주장이다. 나이가 들면 고집만 늘어난다고도 하지만, 좋은 게 좋다고 피하거나 마음으로 단념하고 마는 경우가 많다. 한때 생각이 다른 사람과 핏대까지 올리며 날선 대립을 하기도 하고 급기야는 멱살잡이까지 벌인 일도 있을 것이다. 세월이 한참 지나 돌이켜 보면 얼굴이 화끈거릴 만큼 낯 뜨거운 일이지만 당시에는 꽤나 진지했을 것이다. 다른 사람과 나의 생각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공자는 논어의 자로편에서 ‘군자는 화이부동(和而不同)하고 소인은 동이불화(同而不和)한다’고 했다. 화이부동은 다른 사람과 생각은 다르지만 이들과 사이좋게 지내는 것이고, 동이불화는 같은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지만 실제 속으로는 사이가 좋지 못하다는 뜻이다. 화이부동이 뜻은 달라도 서로를 인정하는 대인배적인 것이라면 동이불화는 겉으로는 한편인 듯하지만 물밑으로는 시기하거나 적대하는 소인배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

    ▼사람마다 성격과 행동이 다른 것은 당연하다. 태어나서 보고 듣고 자란 환경이 각기 다른데 똑같은 생각을 가질 수는 없다. 이혼하는 부부들의 사유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 ‘성격 차이’라고 하는데 살아온 이력이 다르기 때문에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일이 쉽지 않지만 작은 차이가 대인배가 되기도 소인배가 되기도 한다. 살다 보면 갈등과 대립은 필연이지만 비겁하게도 ‘네 말도 옳고 니 말도 옳다’는 황희 정승의 말이 와닿는다.

    이현근 사회부 부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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