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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17일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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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97)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⑬

“산에는 왜 들어가요?”

  • 기사입력 : 2017-10-20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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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자가 등에 업혀 있으니 기분이 이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리 산속으로 들어갈까?”

    이춘식이 은근한 목소리로 물었다. 어디선가 산새가 울었다.

    “싫어요. 산에는 왜 들어가요?”

    “산속에서 할 일이 있지 않아?”

    “할 일이 왜 산에 있어요?”

    윤사월이 웃음을 깨물었다.

    “사월이가 싫으면 난 어떻게 해? 정말 싫어?”

    “아니요. 좋아요.”

    윤사월은 거절하지 않았다. 사월의 숲은 꽃향기가 진동하고 햇살이 따뜻했다. 그러나 윤사월은 숲속에서 이춘식과 격렬한 사랑을 나누었다.

    ‘난 이 사람에게 목숨이라도 바칠 거야.’

    윤사월은 이춘식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윤사월은 이춘식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냈다. 잣 장사는 호황을 누렸다. 이춘식이 잣 장사를 하는 것보다 책을 보는 것을 좋아해 윤사월이 장사를 대신하게 되었다. 이춘식은 도무지 돈에 관심이 없었다.

    윤사월은 전국의 잣 상인들에게 자금까지 대출해주고 이자를 받았다. 이자며 원금은 잣으로 받았다. 그녀의 집에는 돈이 쌓이기 시작했다.

    ‘돈을 버는 일이 어려운데 우리는 너무 쉽게 버는구나.’

    윤사월은 돈이 쌓이는 것을 보고 감탄했다. 돈이 쌓이면 대출을 해주었다. 창신동 일대의 많은 사람들이 그녀에게 돈을 빌려갔다. 장사하는 사람들에게 목돈을 빌려주고 일수로 회수했다.

    집에는 일하는 사람을 두었다. 부엌일하는 여자와 잣을 관리하는 남자도 두었다. 잣을 햇볕에 말리느라고 창신동의 큰집으로 이사했다. 산까지 있는 800평짜리 집이었다. 주위에서는 그녀의 집을 잣집, 또는 잣나무집이라고 불렀고, 집이 넓다고 하여 공원집으로 부르기도 했다.

    이춘식은 햇살이 따뜻한 정원에서 책을 읽게 해주었다. 그는 한복을 입고 정원을 어슬렁거리거나 흔들의자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윤사월은 그가 책을 읽으면 손수 커피를 타서 대령했다.

    “책이 좋아요? 내가 좋아요?”

    윤사월은 이춘식의 무릎에 앉아서 애교를 부렸다.

    “책이 좋은 걸.”

    이춘식이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럼 오늘 밤 책하고 주무셔요.”

    윤사월이 유쾌하게 웃었다.

    윤사월은 창신동 일대의 부동산을 사들여 임대를 해주었다. 대출이 몇백만원에서 몇천만원대로 늘어갔다. 명동에 사무실을 냈다. 기업체에서도 그녀에게 돈을 빌려갔다. 사채 사무실을 낸 지 10년이 되지 않아 하루 거래액이 수백억대에 이르렀다. 그녀가 마음을 먹으면 한 달에 수천억원까지 동원할 수 있는 큰손이 되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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