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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04월 25일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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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의 길] (1199) 제21화 금반지 사월의 이야기 ⑮

“늙은 영감님 걸 봐서 뭘해?”

  • 기사입력 : 2017-10-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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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사월이 여자들을 훑어보았다. 여자들이 한쪽에 앉아서 손톱에 매니큐어를 바르고 입술에 루주를 바르고 있었다. 옷은 가슴이 절반이나 드러나 있었다.

    “괜찮다니까 그러네. 남자가 술집 여자들하고 좀 놀고 그래야지.”

    윤사월이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그럼 꽃값은?”

    “꽃값? 아가씨들 몸값… 거 참 머리 좀 써봐. 비싼 안주하고 비싼 술 드셨다고 청구서 올려. 그럼 결제해 줄 테니까. 대신 영감님이나 잘 모셔. 나중에 영감님한테 물어 봐서 잘 모시지 않았다고 그러면 창신동에서 쫓아버릴 거야.”

    윤사월의 말을 술집 주인은 납득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춘식이 오자 고급 양주를 내놓고 안주를 한 상 가득 차렸다. 아가씨들도 세 명이나 나와서 접대했다. 이춘식은 적당하게 술을 마시고 적당하게 아가씨들과 놀았다. 일정한 선을 넘지 않았다. 그가 술에 취하면 윤사월이 와서 차를 태워 돌아갔다.

    그 술집에 순주라는 여자가 있었다. 20대 후반이었고 술집에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순주가 이춘식을 몇 번 접대하더니 배가 부르기 시작했다. 그는 스스로 이춘식의 아이를 잉태했다고 선언했다.

    “대체 언제 임신을 한 거야?”

    “이춘식 영감이 여자를 임신시킬 수 있나?”

    술집 아가씨들이 모두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직까지 이춘식과 동침한 여자가 없었다. 순주가 거드름을 피우기 시작했다.

    “저년이 정말 영감님 아이를 임신한 거야?”

    술집 여자들은 반신반의했다.

    “영감님 아기를 술집에서 키울 수 없다.”

    윤사월이 순주를 그녀의 집으로 데리고 갔다. 그녀의 집은 공원집이다. 봄에는 기화이초가 만발하고 여름에는 신록이 우거졌다. 순주는 잔뜩 불러 오른 배를 안고 돌아다녔다. 집주인이라도 된 듯이 일하는 사람들을 함부로 부렸다. 집에 차가 한 대 있어서 윤사월이 주로 타고 다녔으나 순주에게도 작은 차를 사주고 운전기사까지 붙여주었다.

    “아이고 순주년이 완전히 땡 잡았네. 이럴 줄 알았으면 나도 영감님한테 치마끈 풀어주는 건데….”

    술집 여주인이 하소연을 했다.

    “에이그… 그 영감님이 자네를 거들떠보기라도 하겠나?”

    술집 손님이 콧방귀를 뀌었다.

    “무슨 소리야? 우리 집에 오면 꼭 내 엉덩이부터 만졌다니까.”

    “그거야 인사로 만지는 거지. 영감님 거시기는 봤어?”

    “아니. 무슨 엉덩이를 인사로 만지냐?”

    “왜 안 봤어?”

    “늙은 영감님 걸 봐서 뭘해?”

    “그래서 순주하고 당신하고는 수준이 다른 거야.”

    손님이 술집 주인에게 손가락질을 했다.

    글:이수광 그림:김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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