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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보며] 청렴도 1위, 믿음이 안 가는 이유-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 기사입력 : 2017-10-24 07: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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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권익위원회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청렴도 설문조사 중이라며 협조해 달란다. 나랏일에 쓴다는데, 기꺼이 평가에 응했다. 하지만 첫 질문부터 난감하다. 먼저 부패인식. ‘OO기관이 불필요한 사업을 추진하거나 예산을 낭비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①매우 그렇다부터 ⑦전혀 그렇지 않다까지 불러주며 고르라고 했다. (공공기관의 불필요한 사업이나 예산 낭비 사례가 있으면 당연히 기사부터 썼을 것이다.) 한참을 생각하다 ‘보통’이라고 답했다. 다음은 ‘직원들이 부당하게 압력을 행사하거나 청탁하는 경우가 있다고 생각하세요?’ 이것도 고민하다 ‘보통’이라고 했다.

    이런 식으로 부정청탁에 따른 업무처리, 특정인에 대한 특혜, 연고관계에 따른 업무 처리, 권한 남용, 퇴직자의 부적절한 영향력 행사 등이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내 한마디 한마디로 기관의 점수가 매겨지는데, 잘 알지도 못하면서 그렇다고 답할 수도 없고, 그렇지 않다고 답할 수도 없다. 결국 면접원에게 양해를 구하고 중간에 답변을 포기했다. 지금의 설문조사는 없거나 드러나지 않은 부패행위를 놓고 추측으로 답을 해야 한다. 간혹 언론보도 등으로 기관의 비리를 접했거나, 청렴 기대치가 높은 응답자라면 싸잡아 부정적 답변이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청렴도 평가는 이처럼 조사 대상자의 주관적 판단에 따라 답변이 이뤄지는 한계를 갖고 있다.

    아무튼 국민권익위원회는 이 같은 조사결과를 모아 12월이면 공공기관 청렴도를 발표한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반부패 청렴정책 추진에 힘을 쏟는 것은 우리의 청렴수준이 낮기 때문이다. 지난해 국제투명성기구가 밝힌 우리나라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3점으로 조사대상 176개국 중에서 52위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국 중 29위로 평균(68.6점)에 비해 15.6점이 낮았다. 또 국제경영개발원 조사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국가경쟁력지수는 전년보다 4단계 하락한 29위로 나타났다.

    특히 뇌물공여·부패비리는 조사대상 61개국 중 34위, 정부 투명성은 43위였다. 세계경제포럼 조사에 따르면 138개 평가대상국가 중 정부정책 수립 투명성은 115위로 최하위권이었다. 이 같은 처지에서 청렴도 높이기는 대단히 중요한 국가 과제임에 틀림없다. 청렴도 측정은 외부청렴도, 내부청렴도, 정책고객평가를 한 뒤 부패사건과 신뢰도 저해행위를 감점해 종합청렴도를 산출한다. 그 결과는 등급별로 점수화되어 공개되기 때문에 민감하다. 기관마다 좋은 등급을 받기 위해 사활을 건다. 이 과정에서 기관들의 왜곡된 행태가 없지 않다.

    지난해 경남도가 광역자치단체, 창원시 사천시가 기초자치단체(시)에서 1등급을 받았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조사대상 510곳 중 431개 기관에서 호의적 평가 유도행위가 적발돼 감점했다고 밝혔다. 신뢰도 저해행위가 광범위하게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은 7개 기관에 경남도가 포함됐다. 우연의 일치인지 지난해 전국 기초자치단체(시) 75곳 중 스스로를 평가한 내부청렴도 1등급에 창원시, 사천시, 김해시, 진주시 등 경남 4곳만 올랐다. 특히 창원시는 10점 만점에 9.09, 사천시는 9.05를 기록했다. 타 지자체와 비교해 의아할 정도로 경이적 점수다. 창원시 공무원의 북면 하수 불법처리, 사천시 공무원의 KAI 인사청탁 연루의혹 등과 대비된다. 부패를 근절하기 위한 청렴도 조사에 부정이 개입되면 치명적이다. 이학수 (뉴미디어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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